'글로벌 SK' 최태원 회장의 꿈…중동 프로젝트 3년여 만에 결실

입력 2014-05-27 21:30   수정 2014-05-28 16:21

사우디 사빅과 고성능 폴리에틸렌 합작사 계약
알마디 부회장과 10년 친분…직접 공들여 성사



[ 박해영 기자 ]
2011년 1월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신년교례회에서 ‘글로벌 기업’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매출 100조원을 넘기며 SK그룹은 새로운 도약의 해를 맞이했다”며 “새로 시작하는 10년 동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그림의 프레임을 바꿔 무엇을 담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에너지 사업을 필두로 해외 비즈니스에 속도를 붙여 내수 중심의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자는 뜻이었다. 해외 진출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붕정만리(鵬程萬里·큰 새를 타고 만리를 난다)’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그해 3월 중동 출장 길에 오른 최 회장은 세계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SABIC)을 방문해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과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2004년 서울에서 처음 만난 뒤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온 사이였다.

최 회장은 알마디 부회장에게 SK가 자체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 사업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SK로서는 사빅으로부터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해외 판매 거점을 마련하는 ‘1석2조’의 효과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한 달 뒤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알마디 부회장을 다시 만나 넥슬렌 사업을 자세히 설명했다.

최 회장이 공을 들였던 중동 프로젝트가 3년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SK종합화학은 지난 26일 서울 광장동의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사빅과 넥슬렌 생산 및 글로벌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고 27일 밝혔다. 체결식에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이 알마디 부회장과 자리를 함께했다.

SK종합화학과 사빅은 50 대 50 지분 비율로 연내 싱가포르에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합작사는 올해 1월 울산에 완공한 넥슬렌 1공장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2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SK가 2010년 개발한 넥슬렌은 고부가 필름, 자동차 및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제품이다. 기존 범용 폴리에틸렌보다 충격에 강하고 투명성과 위생성, 가공성 등이 탁월하다.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다우케미컬과 엑슨모빌, 일본 미쓰이 등 3개사가 전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차화엽 사장은 체결식에서 “넥슬렌을 SK와 사빅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범용 화학제품군에서 넥슬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SK 관계자는 “알마디 부회장은 2007년 글로벌 석유화학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 세 명에 포함됐을 정도의 거물 인사”라며 “최 회장과 함께 보아오포럼 이사로 활동한 인연도 합작 성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SK는 싱가포르 합작사에 연구개발(R&D) 조직을 신설해 넥슬렌 제조 기술력을 높일 방침이다. 사빅으로부터 넥슬렌 원료인 에틸렌을 공급받아 원가 경쟁력을 키우고, 합작을 계기로 중동을 비롯한 해외 판매 네트워크도 확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는 사빅은 유화 제품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량이 연 1075만t으로 세계 1위인 거대 기업이다. 폴리에틸렌 생산량도 세계 3위(연 590만t)에 이른다.

한편 지난 2월 말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최 회장은 최근 의정부 교도소로 이감돼 복역 중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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