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근호 기자 ] “10년 동안 이렇다 할 신작 게임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 27일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14’ 행사에서다. 그는 “2003년 ‘카트라이더’와 2004년 ‘마비노기’ 등을 출시하며 넥슨은 황금기를 보냈지만 지난 10년간은 그런 게임을 내놓지 못했다”고 통렬한 자기 반성의 말을 꺼냈다.
이날 ‘게임사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진행을 맡은 김 대표는 박지원 넥슨 대표에게 “앞으로는 인수합병만 하고 개발은 안 하나요?”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박 대표가 “큰 성공을 한 게임이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네오플, 게임하이, 엔도어즈 같은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외형적인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 국내 게임산업 성장을 이끌었던 넥슨은 어느 순간 돈만 밝히는 회사라는 뜻에서 ‘돈슨’이라거나 게임회사가 아닌 ‘투자회사’라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최근 1~2년 사이에도 그랬다. ‘리그오브레전드’ ‘워크래프트3’ ‘디아블로3’ 등 외국산 게임이 국내 시장을 휩쓰는 동안 넥슨은 자체 개발 게임 대신 ‘피파온라인3’ ‘도타2’ 등 해외에서 만들어진 게임을 수입해 내놓는 식으로 대응했다. 게임 개발자들은 “넥슨처럼 큰 기업이 몸을 사리고 안전하게 돈을 벌려고 한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국내 게임업계는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권은 규제로 게임산업의 숨통을 죄어오고 있고, 해외 게임들은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국내 게임회사들은 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모바일게임에 집중하면서 PC 온라인용 대작 게임 개발은 소홀히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의 자기 반성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게임업계 맏형으로서 그에게는 더 큰 역할이 요구된다.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게임업계의 힘을 모으는 데 앞장서야 한다. 김 대표의 자기 반성이 ‘은둔의 경영자’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임근호 IT과학부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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