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81) 원화 평가절상

입력 2014-05-28 21:25   수정 2014-05-29 04:54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5월 들어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20원대에 머물고 있다. 100엔당 원화 환율도 한 달 이상 1020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1100원 줘야 1달러나 100엔을 살 수 있던 때에 비하면 달러화와 엔화가 싸지고, 원화는 비싸진 것이다. 오늘은 ‘원화 평가절상’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느 시장에서나 상품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은 공급이 감소하거나, 수요가 증가하거나, 둘 다 발생할 때 일어난다. 화폐는 그 자체가 가치 측정 단위여서 ‘화폐 가격’이란 표현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가격을 ‘가치’로 바꾸고 공급이나 수요에 ‘상대적’이란 단서를 달면 다른 여느 시장과 같은 방법으로 바라볼 수 있다. 즉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현상은 달러화나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급이 감소하거나, 수요가 증가하거나, 둘 다 발생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일단 상대적 공급 측면은 달러화와 엔화의 상황이 다르다. 달러화의 경우 미국에서 양적완화 축소, 즉 달러화 공급 감소 움직임이 있어 연초에 원화 가치가 오히려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엔화는 일본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공급이 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유지를 목표로 원화 공급량을 크게 바꾸지 않고 있어, 원화의 상대적 공급은 달러화에 비해서는 오히려 늘고 엔화에 비해서는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원화에 대한 상대적 수요 역시 달러화와 엔화가 다르다. 원화에 대한 상대적 수요는 국제 거래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한국이 미국에 수입보다 수출을 많이 하면 달러화 대비 원화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상대적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가 상품과 서비스 거래 결과를 포함하는 경상수지다. 현재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는 흑자고 일본에 대한 경상수지는 적자로, 원화의 상대적 수요는 달러화에 비해서는 증가하고 엔화에 대해서는 감소하는 상황이다.

종합해 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상대적 공급과 수요는 모두 증가했고, 엔화에 대한 원화의 상대적 공급과 수요는 모두 감소한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화폐 모두에 대해 원화 가치가 상승했으니, 달러화에 대해서는 원화의 상대적 수요 증가가 더 강력하고 엔화에 대해서는 상대적 공급 감소가 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원화 평가절상은 좋을까, 나쁠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입품은 싸지고 수출품은 비싸진다. 하지만 경기가 시원치 않은데 수입품이 싸진다고 소비나 투자가 늘지 의심스럽고, 수출 중심 경제에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은 공포스럽다.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저 치열하게 살아갈 뿐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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