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클라우드 '업'­·다운로드 '다운'…애플, 비츠 인수 '열쇳말'

입력 2014-05-29 16:42  

애플 팀 쿡 직원에 이메일 "음악 구독 서비스, 아이튠스 강화"
클라우드 기반 음원 스트리밍 '뜨고', 다운로드 '지고'
비츠 헤드폰 등으로 아이폰 주변 음향 기기 시장 공략 강화




[ 김민성 기자 ] 애플이 음악·음향 서비스 기업인 '비츠 일렉트로닉스(beats electonics)'를 자사 역대 최대 규모 투자액인 30억 달러(약 3조 600억)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비츠 일렉트로닉스'는 헤드폰·이어폰·스피커 제조사이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업체. 전설적 힙합 뮤지션인 닥터 드레가 공동 창업자인 곳으로 유명하다.

국내에는 '박태환 헤드폰'으로도 알려진 '비츠 바이 닥터 드레 스튜디오 헤드폰(beats by dr.dre studio Headphone) 등을 생산한다. 20만원 이상 넘는 고가 제품군이 대부분이다.

닥터 드레와 공동 창업자인 지미 아이오빈 프로듀서는 이날 미국 애플 본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및 에디 큐 애플 수석부사장 등과 인수 절차 및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애플이 현금 26억달러와 주식 약 4억달러를 비츠 일렉트로닉스에 인수금으로 지급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닥터 드레와 아이노빈 프로듀서는 애플 정식 직원으로도 합류할 예정이다.

애플이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원대 인수 금액 써가며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이유는 뭘까. 쿡 CEO가 인수 발표 직후 회사 직원에 보낸 이메일에 그 배경을 설명했다고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보도했다.

쿡 CEO는 "제대로 된 음악 구독 서비스를 만드는게 중요하다"며 "비츠의 아티스트 정신과 애플이 만나 아이튠스를 더 강력하게 성장시키고, 음악으로 소비자들과 강력한 감성적 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처럼 아이튠스 구독 서비스 런칭과 더불어 하드웨어 사업 강화 등 크게 2가지 목적에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이튠스는 애플의 대표적 콘텐츠 서비스 분야다.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스를 스트리밍 체제로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전략이다.

아이튠스는 2003년 4월 28일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공들여 만든 서비스였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서비스 출범 10년째였던 지난해 전세계 이용자는 4억 3500만명에 달했다. 3500만개 곡이 등록됐고, 유료 다운로드로 팔린 노래는 250억곡에 이른다.

신용카드 결제가 가장 활발한 전세계 5대 서비스로도 성장했다. 잡스가 아이튠스 개발 초기 일일이 음반사를 설득해 비틀스, 밥 딜런 등 전설적 뮤지션의 음원을 입점시켰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있다.

문제는 몇년 새 음원 소비 판도가 다운로드에서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으로 더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음악산업 매출 중 스트리밍 서비스가 비율은 21%로 성장했다. 1년 새 6%p, 2010년(7%)과 비교하면 3년 간 3배나 성장했다.

반면 다운로드 시장 규모는 1%p 줄었다. 매출도 28억달러로 내려앉았다. 전체 시장에서 다운로드 매출은 여전히 40%로 높기는 하다. 하지만 스트리밍 매출이 다운로드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주목할 변화다. 스트리밍 시장 비중은 2007년 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이같은 시장변화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게 가장 큰 인수 배경이다.

'비츠 일렉트로닉'은 '비츠 뮤직'이라는 유료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매달 약 10달러에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게 강점이다. 25만명 가입자 중 유료회원이 11만명, 지난 1분기 성장률은 30%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토리파이, 판도라 뮤직 등 경쟁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가 폭증한 것도 위협 요소다. '비츠 뮤직' 인수로 스트리밍 시장에 더 빠르게 진입, 과거 영향력을 전이시키려는게 애플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뉴스위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간단히 보인다"며 "클라우드 스트리밍은 뜨고(up), 다운로드는 지고(down) 있다"며 "5년 내에 우리는 왜 다운로드 받은 파일이 디지털 저장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애플이 2020년에도 여전히 음원 다운로드 시장의 제왕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건 반스앤노블 같은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비유했다.


하드웨어 측면은 비츠 일렉트로닉스의 감각적인 헤드폰 및 이어폰, 스피커 등 제품으로 음악 주변기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스트리밍 음원의 다소 낮은 음질을 헤드폰 기술 등이 보완할 뿐만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도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미링 서비스는 다운로드 방식과는 달리 데이터 통신 환경에 따라 음질이 좌우된다. 고음질 음원도 많은 다운로드 시장에 비해 음질이 떨어진다.

특히 최근 선명한 화질만큼이나 스마트폰에서 생동감 있는 음향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는 더 커지고 있다. 고급 이어폰이나 헤드폰 구매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경쟁사들은 야외에서 스마트폰 자체 스피커로 빵빵한 소리를 내주는 스마트폰 제품도 내놓고 있다.

더버지는 "애플이 음향 주변기기 시장을 일단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며 "닥터 드레 헤드폰 등 상품은 마진률이 높아 수익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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