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내 곁에 온' 공상과학…세계는 로봇 전쟁…의료·소방·감시 등 전문 로봇 획기적 발달…'지능형'까지 등장

입력 2014-05-30 17:34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 교수는 기술혁신을 ‘기업의 장수를 위한 핵심연료’라고 정의했다.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혁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한 국가의 경제성장이 ‘혁신적인 기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뽑은 10대 분야에서도 정보기술(IT)이 7개를 차지했다. 특히 로봇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예고할 정도의 최첨단 핵심기술이다. 2025년 로봇시장 규모가 800억달러로 추정되면서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로봇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로봇 전문가들은 “인류의 삶을 바꾸는 로봇시대가 5년 안에 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5년 로봇시장 800억달러

최근 인터넷 검색 서비스 제공업체인 구글이 로봇회사 8개를 인수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는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일본 ‘샤프트’ 등의 로봇 업체를 사들였다. 구글은 10년 뒤 새로운 성장동력을 로봇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로봇회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로봇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가져온 3차 산업혁명처럼 ‘로봇혁명’이 곧 올 것”이라 전망한다. 로봇은 일상생활의 친구에서부터 원자력 폭발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며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800억달러로 추정된다. 로봇 시장 성장세는 한마디로 가파르다. 로봇 기술은 그 파급효과 또한 상당하다. 로봇에는 수만개의 부품이 필요하고 파생되는 비즈니스도 무궁하다. 최첨단 기술력을 요하는 부품이 결집되기 때문에 관련 제품의 성능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이 가능한 것이다.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들이 치열한 로봇 기술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전 세계 로봇시장 중에서 특히 ‘전문서비스 로봇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2020년까지 시장 규모가 연평균 15%씩 성장하며 2020년 120억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의료·소방·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수익률도 높다. 수술 로봇 ‘다빈치’를 만드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수익률은 2006년 19%에서 2010년 27%로 크게 높아졌다.

로봇끼리 지식 공유 ‘로보어스’

로봇은 이제 어떤 기능을 하느냐를 넘어 ‘지능’을 갖는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인터넷을 통해 로봇 간 지식을 공유하는 ‘로보어스(RoboEarth)’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 ‘리싱크로보틱스’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없이 일을 시킬 수 있는 지능형 ‘박스터’ 로봇을 선보였다. 미국 스탠퍼드연구소(SRI)도 지능형 로봇을 5년 내에 내놓을 계획이다.

산업현장에서 용접·도장 등 단순한 일을 대신 하던 로봇은 이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수술을 대신 하거나 무인 택시·무인 배달까지 가능할 정도로 로봇 기술은 진화했다. 수술 로봇은 의사가 메스를 들어 직접 수술하는 경우보다 수술 흉터 크기가 작고 섬세한 수술이 가능해 뇌수술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 도입한 후 이 병원에서만 1만여건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물론 로봇기술 상용화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로봇기술을 겨루는 로봇 챌린지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 샤프트의 ‘에스원’도 사다리 계단 5개를 오르는 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장애물을 치우고 걸을 때도 수십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또 로봇 제작의 출발점이 시장의 요구보다는 기술 자체였기 때문에 아직은 소비자의 로봇 수요가 불명확하다.

한국, 미국·일본에 20~30년 뒤져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은 1961년 미국 GM 공장에서 ‘유니메이트’를 설치하면서 탄생했다. 이후 독일에서 인간처럼 자유롭게 팔을 움직이는 로봇 ‘파뮬러스’를 제작됐다. 1980년대 들어 일본이 세계 산업용 로봇의 절반 이상을 소유할 정도로 로봇 시장을 주도했다. 1999년 소니가 애완견 로봇을, 2000년 혼다가 인간형 로봇 ‘아시모’를 제작하면서 개인 서비스 로봇 붐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처음으로 로봇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과 일본이 1960년대부터 로봇을 개발했으니 30년 늦게 시작한 셈이다. 미·일에 뒤처져 있지만 우리나라 로봇 기술력은 세계 톱5 수준이다. 한국의 기술력도 상당하고 그 발전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2004년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만들었다. 휴보는 3년간 10억원의 연구비로 탄생했는데, 일본 아시모가 15년간 3000억원을 들여 탄생한 것과 대조적이다. 휴보는 키 125㎝, 무게 55㎏으로 음성인식과 손가락의 개별적 움직임 등 인간의 특징을 가진 로봇으로 국민들의 큰 관심을 일으켰다.

로봇은 일자리를 만들까 빼앗을까?

미래에 많은 직업이 기계로 대체될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면 기계가 엄청난 자료를 읽고 학습해 멋진 보고서를 초고속으로 척척 작성할까?

기계와 로봇기술의 발달로 ‘무인(無人)시대’의 도래가 언급되고 있는 요즘, 기계로 인해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80년대 단순노동에 기계가 접목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자동화가 불가능한 서비스직 종사자는 늘어났다. 미국의 기술 관련 잡지인 ‘테크놀로지 리뷰’의 데이비드는 “기술은 일자리를 파괴하지 않는다”며 “로봇이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생각은 자동화가 가져올 일차적인 효과만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와 컴퓨터가 처음 개발됐을 때도 일자리가 줄어 실업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새로운 소비 시장이 창출되면서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났다.

또 기계의 사용으로 절약된 자금은 더 높은 임금 지급과 자본으로 재투자돼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로봇에 의한 일자리 변화는 ‘양보다 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00년 미국 인구의 40%를 차지했던 농업 종사자가 2000년에 2%로 줄었지만 서비스업 등 다른 직업이 줄어든 일자리를 대체했다.

로봇이 활동하는 사회가 온다면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산업이나 로봇을 만들고 관리하는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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