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76)이 재위 39년 만에 전격 퇴위를 결정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일(현지시간) “카를로스 국왕이 퇴위 의사와 함께 왕위 승계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발표했다. 후계자는 카를로스 국왕의 아들인 펠리페 알폰소 왕세자(45)다.
카를로스 국왕은 1975년 11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사망한 뒤 즉위한 입헌군주다. 1980년대 군사쿠데타를 직접 저지하는 등 스페인의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여론조사에선 ‘돈키호테’의 소설가 세르반테스와 탐험가 콜럼버스를 제치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페인인으로 꼽힐 만큼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재정위기가 스페인을 덮치면서 국왕의 인기도 떨어졌다. 경기 침체가 심각하던 2012년 아프리카에 코끼리 사냥 여행을 갔다가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엔 막내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가 600만유로(약 90억원)의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카를로스 국왕의 명예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요트 선수로 출전했던 펠리페 왕세자는 지난해 9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20 마드리드 하계올림픽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이미 많은 왕실 공식 업무를 소화해 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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