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경영이 기업경쟁력] 직원과 기업 생명 걸린…경영 제1과제는 '안전'

입력 2014-06-03 07:10  

산재 손실 2013년 19조2000억원
기업 CEO들 직접 사고예방책 나서

LG그룹, 안전·환경 시스템 점검
GS그룹,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 이태명 기자 ]
1989년 알래스카 해협에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가 났다.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슨(현 액슨모빌)의 유조선이 암초와 충돌해 24만배럴의 기름이 바다에 유출됐다. 예기치 않은 사고였지만 액슨은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 최고경영진은 사고 발생 1주일간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고 신속한 대응에도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액슨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액슨에 11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고 미 연방법원도 액슨에 50억달러의 피해배상을 하라고 판결내렸다. 행정당국의 제재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액슨을 외면한 것. 한동안 미국 전역에서 액슨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브랜드 이미지도 급속도록 추락했다.

요즘 한국 산업현장의 최대 관심사는 ‘안전’이다. 산업시설 노후화에 따른 각종 안전사고가 1~2년 새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전사고 예방이 급선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개별 기업들도 안전사고에 대한 임직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대책과 교육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액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혹시라도 있을 사고는 기업의 존망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계주의보 떨어진 산업현장

작년 전국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재해 피해자는 8만5000여명, 사망자는 1000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230여명가량이 사고재해를 당하고, 이 가운데 3명 정도는 목숨을 잃은 셈이다. 산업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19조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노후화된 산업시설을 중심으로 각종 안전사고가 요즘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재계는 올 들어 산업현장 안전사고 예방에 부쩍 신경쓰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4월24일 전국 회원사들에 긴급 지침을 보내 사업장 안전경영 체계 점검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선제적 예방활동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산업현장 안전관리를 경영의 ‘제1과제’로 정하고 있다. 총수들이 직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나선 그룹들도 많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달 강원 동해시에 건설 중인 GS동해전력(옛 STX전력) 화력발전소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에게 안전을 당부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월 계열사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예고 없이 찾아 안전관리시스템을 직접 점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안전은 소중한 생명의 문제이며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의 기본으로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달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찾아 “안전 시공에 역점을 두고 사고 없는 현장이 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도 계열사 사장단 20여명과 함께 주요 사업장 안전대책을 점검했다. 구본무 LG 회장과 조양호 한진 회장 등도 임원회의에서 안전사고 예방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사고예방·점검 시스템 재구축

안전사고 예방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불산누출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삼성 안전관리 스탠더드 제정 △안전환경 분야 인적역량 강화 △안전환경연구소 조직 확대 개편 등의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그룹 차원에서 올해 안전·환경 분야에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흥·화성·온양캠퍼스 등 주요 시설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사내 시스템 전체를 개편 중이다.

LG그룹도 안전·환경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 중이다. 지난해 안전·환경 분야에 900억원을 투자한 LG화학은 올해 이보다 56% 증가한 14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LG전자도 각 사업장의 환경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2015년까지 약 1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업장의 시설 및 안전 관리 설비를 교체하거나 수리하고 위험·유독물질 방제 및 보호장비,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과 장비도 지속해 보강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GS그룹도 계열사별로 안전사고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유조선 등 선박이 위험구역에 접근할 때 미리 알려주는 조기경보 시스템, 송유관 비상차단밸브 전원 이중화, 진동 감지시스템과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비상시 유관기관 자동 통보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 국내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수칙 및 법규준수, 불안전한 상태 및 행동 점검, 안전문화 정착 및 비상연락망·비상시나리오 업데이트 등 긴급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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