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02일(14: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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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 30여년 사상 처음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AAA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지난 3월 KT의 신용등급(AAA) 하향 가능성을 경고한 한국신용평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다른 신용평가회사들이 ‘KT 등급 강등 경고’ 대열에 동참하지 않은 것부터가 찜찜했다. 두 신평사가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KT렌탈, KT스카이라이프, KT텔레캅 등 KT 주요 계열사들의 등급(전망)은 줄줄이 떨어트리면서도, KT의 등급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다.
A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신평 3사 중 하나가 일단 ‘총대’를 메고 등급을 내리면 다른 신평사들이 뒤따라 등급을 낮추곤 했는데, 이번 KT에 대한 평가는 한신평과 나머지 두 신평사 간에 의견이 갈렸다”고 말했다. 한기평과 나이스신평 관계자는 KT의 등급 강등을 경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KT 자체의 펀더멘탈(채무상환 능력)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신평을 더욱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독자적으로라도 KT의 등급을 떨어트릴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신평은 3월 KT의 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3개월 내 등급 강등 가능성 50% 이상)’에 올리면서 그 이유를 “KT ENS 법정관리 사태로 KT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와 평판이 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좀 달랐다. KT 회사채(만기 3년짜리)의 기관투자가들 간 거래 금리(개별 민평 금리·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회사채 금리 평균치)는 한신평의 등급 강등 경고 즈음인 지난 3월 중순 연 3.15%까지 올랐다가, 최근 다시 연 3.01%로 떨어진 상태다. AAA 회사채들의 평균 거래 금리(등급 민평 금리)가 연 3.02%라는 점을 감안하면, KT 회사채의 금리는 낮은(가격이 높은) 축에 드는 것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KT의 신용도가 최고 등급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 1분기까지 저조했던 실적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말 전 직원의 25%에 달하는 8300여명을 명예퇴직시키면서 “매 분기 1000억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신한금융투자)”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제 신평사인 무디스는 “이번 명퇴를 통해 KT의 수익성 및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진단했다.
상당수 시장 참가자들은 한신평이 KT의 등급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증권사 채권 발행 담당 임원은 “위기에 빠진 자회사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회사의 등급까지 떨어트린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게다가 KT는 그냥 우량 등급도 아니고, AAA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괜히 KT를 건드렸다가 한신평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꼴”이라고도 했다.
한신평으로서는 신용평가 사상 처음으로 최우량 등급을 떨어트리는 강수(强手)를 두자니 명분이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그냥 ‘후퇴’하자니 모양이 우습게 된 셈이다. 그러다보니 ‘한신평이 이번 KT 등급 평정 과정에서 칼자루 대신 칼날을 쥐고 있는 형국’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신평의 KT 신용등급 평정위원회는 이런 고민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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