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ECB 부양책, 게임판 바꾸나…루저株 정유·조선 부활 '청신호'

입력 2014-06-09 10:54  

[ 권민경 기자 ]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정보기술(IT) 등 '위너'(승자) 업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정유·조선 등 '루저'(패자) 업종이 ECB(유럽중앙은행) 효과에 힘입어 반등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CB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실행키로 하면서 유럽계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가운데 이들 자금이 정유·조선·화학 등 산업재 업종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는 승자와 패자의 성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일부 업종과 종목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패자 업종 문제는 해당 업황의 회복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정유, 조선 등 산업재는 업황 부진 탓에 올해 연초 이후에만 3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지난 5일 발표된 ECB 부양책은 이런 흐름을 바꿔놓을 만한 재료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ECB는 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0.25%에서 0.1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초단기 예금금리는 0%에서 -0.1%로 내리고, 4000억 유로 규모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시행키로 하는 등 통화 완화와 신용 확대 정책을 동시에 내놓았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이번 ECB 결정을 통해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향후 자산매입 가능성까지 밝혀 시장 예상을 충족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유럽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더욱 높아졌다"며 "ECB가 통화완화와 신용확대 정책을 함께 실행했던 2011년 12월~2012년 3월 유럽계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글로벌 유동성에 민감한 정유, 조선 업종 등이 반등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과거 세 차례 유럽계 자금 유입 시기를 살펴보면 올해 증시에서 패자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재 업종 주가 상승폭이 가장 컸다는 것.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 조선 업종 주가는 유럽 경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ECB 부양책을 통해 유럽 회복이 가시화되고, 이 지역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면 주가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2012년 1월~3월, 같은 해 7월~8월, 지난해 7월~8월 등 유로존 부양책이 제시됐을 당시 업종별 주가를 보면 에너지, 조선, 화학, 건설 등이 15% 이상 상승했다. 반면 통신, 음식료, 유통 업종 등은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노 연구원은 "이번 ECB 정책 제시 후에도 유럽계 자금의 추가 유입과 함께 패자 업종의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반등 지속성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일시적이 아니라 추세적 반등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 이익과 업황 관련 지표들이 함께 회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 화학 업종에 대해 "ECB 금리 인하를 통해 유럽 경기 회복 탄력이 강화될 것이란 점에서 석유 화학 업종 주가도 눈여겨볼 만 하다"며 "아직은 재고부담이 높고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방산업 수요 개선시 점진적인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 업종 대표주는 일제히 3% 가까이 상승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도 2~5%씩 뛰었다. 화학 업종 대표주자인 LG화학은 2.84% 올라 27만1500원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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