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가기 싫다" 손사래도…제3후보로 강철규 등 거론
[ 정종태 기자 ]
6·4 지방선거 직후 속전속결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던 후임 총리 후보자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장고(長考)’에 들어갔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막판에 인선이 꼬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9일 여권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비서실 인사검증 라인은 지난 주말까지 최종 후보자로 압축된 3~4명에 대해 자체 정밀 검증을 마치고 결과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박 대통령이 아직 적임자를 낙점하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마음을 선뜻 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얘기다. 안대희 전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에도 못 간 채 사전 여론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데 따른 이른바 ‘안대희 트라우마’가 고심을 거듭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차기 총리 기준으로 개혁성과 도덕성을 꼽았는데,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후보자를 찾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개혁 성향이 강하지만 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만한 하자가 발견됐고, 일부는 개혁 성향이 부족해도 도덕성에는 별 문제가 없어 쓰려고 했지만 본인이 청문회에 나서기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 전 후보자 낙마 이후 청와대의 자체 인사 검증 기준 역시 한층 까다로워졌다”며 “여론의 검증 문턱이 워낙 높아져 황희 정승이 와도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과 청와대 안팎에는 그동안 언론에 거론된 인사들은 모두 이런 저런 이유로 탈락했으며, 제3의 인물을 놓고 새로 검증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강철규 전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같은 새로운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강 전 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부패방지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지내 개혁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데다 야당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도 무난하다는 평이다. 정치인으로는 그동안 주로 부총리 후보 물망에 오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총리 기용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후임 총리 지명은 박 대통령이 다음주 월요일부터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만큼 늦어도 이번주 후반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총리 지명에 이은 후속 개각과 관련, 일각에서는 총리 지명 단계에서 야당의 동의를 얻어 중폭 수준의 내각 교체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개각은 순방을 다녀온 이후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개각폭과 관련, 현재로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경제팀과 교육부·안전행정부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회 부처들이 교체 우선 순위에 올라 있으며, 외교안보팀 역시 후임 국가정보원장 인선과 맞물려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부총리에는 최경환 의원이 여전히 유력한 가운데 조원동 경제수석,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도 후보로 거명된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 교체로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 역시 순방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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