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대를 충족시킨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 부양책과 경제 지표 호조에 따른 미국 증시의 랠리 행진은 한국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을 반영해 급등했던 삼성그룹株 위주의 차익매물이 쏟아지고 있어 변동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등 삼성그룹주 급락으로 1990선까지 밀렸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대부분이 강세인 것과 달리 코스피지수는 2000선 재탈환에 실패했다"며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주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어서 연초와 같은 선진 증시와의 디커플링 구도 재현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위험 자산 선호를 부추기는 정책에 기반한 유동성 장세가 유효하기 때문에 코스피 상승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재료 노출(ECB 부양책 발표)로 인한 관망 심리와 주식형펀드에서의 환매 압력, 삼성그룹주 약세 등이 겹쳐 조정이 일어난 것 뿐"이라며 "ECB의 추가 부양 개연성이 남아 있는 만큼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 확대 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진단했다.
특히 ECB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적극적인 부양책에 나선 이후 위험 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져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증가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박 연구원은 말했다.
과거 ECB가 유동성 확대에 나선 국면의 특징을 살펴보면 글로벌 증시 상승세나 외국인 매수강도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미국과 독일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신흥국 증시에서도 올해 최고치로 올라선 국가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피 경우에도 전날까지 외국인이 18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유지했다.
박 연구원은 "ECB 경기 부양책→위험 자산 선호 강화→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지는 선순환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ECB 정책 발표를 계기로 선진국 신흥국 간 주가 차별화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음을 감안할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선진국 대비 미진한 펀더멘털과 경기 부양책을 감안할 때 선진 증시에 비해 코스피 상승 각도는 완만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연구원은 "중국발 상승 동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세월호 사태 여파로 민간 소비가 위축되며 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까지 있다"며 "원화강세 지속에 따른 기업실적 의구심도 해소되지 못한 상태여서 박스권 구도 탈피에는 다소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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