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 홈스테이 사절… 심각한 일본의 '혐한', 위기의식 필요"

입력 2014-06-10 18:07  


“한국 고등학생들이 일본에서 홈스테이 할 집을 못 구할 정도다. 일본 서민들의 마음까지 닫히고 있다는 데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10일 오전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4 일본경제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연구소장·사진)는 한일 외교 마찰에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예전엔 일본 고등학생들이 서로 한국 친구를 집으로 데려가려 나섰는데 지금은 아니다”며 “한일 외교 갈등이 한일 고등학생 홈스테이 프로그램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내 진보성향의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에도 이전과는 달리 한국을 비판하는 독자 투고가 이어질 만큼 일본 내 혐한(嫌韓)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한일 외교 관계 개선 전망’을 주제로 한일 외교관계의 구조적, 직접적 원인과 미래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해 일본 동경대에서 연구년을 보낸 이 교수가 일본 강연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한국은 왜 그러느냐”였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은 왜 그럴까’라고만 생각한다. 두 나라의 상대 국가에 대한 인식은 매우 극단화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같이 극단화된 상호 인식의 확산이 한일 갈등을 부추기며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정상 간 소통 및 대화 부재 역시 한일 관계 개선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선 ‘사죄 피로’ 현상까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일 정상 간 만남이 단절된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 위안부 문제와 징용징병 피해자 보상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며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사죄하라’는 한국에 사죄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지도자간 의사소통의 부재로 상대방 주장에 대한 오해와 피로만 쌓여간다는 것.

한일관계를 개선시킬 해법으로는 정상회담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5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결성을 위한 ‘한일 신시대 선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위안부 문제와 징용자 보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기구 조직에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당장 정상간 만남이 쉽지 않다면 다른 외교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협력의 주체를 정부 지도부뿐 아니라 각 부서 장관과 차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까지 전 방위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국 정상들이 만나지 않고 등을 돌리고 있는 탓에 활발하던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단체 간 교류도 줄었다” 며 “이들 모두가 스스로 한일협력의 주체라고 생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만남에 나서야 한다”며 단체들의 교류를 독려했다.

양국 미디어 보도 행태의 개선도 요구했다. 이 교수는 “한국과 일본 국민들의 극단적 상호 인식은 양국 미디어의 편향적인 보도 탓이 크다” 며 “우리나라 언론의 경우 일본 관련 뉴스를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거나 작은 일부를 크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과 관련된 보도일수록 국민들의 입맛에 맞추기보다 더욱 객관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경제 교류를 통한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직접적 인과 관계는 없더라도 긍정적인 전략”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규정하는 여러 영역 중 현재 역사 부분의 비중이 매우 크다” 며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나고 협력이 증진되면 그 영역들에서 역사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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