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정부때 안기부 2차장…황장엽 망명 총괄
2007년 박근혜 후보 선대위 부위원장 맡아 보좌
[ 도병욱 / 도쿄=서정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이병기 주일대사를 내정한 것은 믿을 만한 측근에게 국정원 개혁을 맡겨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인 국정원을 제대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이 후보자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군 출신 안보실장에 민간 국정원장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발탁 배경에 대해 “현재 엄중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 속에서 정보당국 고유의 역할 수행과 개혁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제2차장을 지내 국정원을 잘 알고, 박 대통령과 오랫동안 일해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며 “이른바 ‘실세 국정원장’을 통해 국정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혁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인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 발표 이후 일본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의 역할은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을 보호하고, 국체(국가의 정체성)를 보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원이 다루는 정보는 100% 정확해야 하고, 국정원은 제대로 된 정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와 정치권에 오래 몸담아 정무 감각을 지닌 이 후보자에게 안보라인 내 균형추 역할을 맡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출신으로만 구성한 1기 안보라인(김장수 국가안보실장-남재준 국정원장-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달리 2기 안보라인을 군 출신(김관진 안보실장-한민구 국방부 장관 후보자)과 민간 출신(이병기 후보자)의 조합으로 만든 것은 안보정책에 변화를 꾀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대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재주만 있으면 얼마든지 한다”고 답했다.
○이회창 대선 후보 정치특보 지내
외무고시 8회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하던 이 후보자를 정치권으로 부른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이 정무장관 시절 이 후보자를 비서로 발탁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후에도 민정당 총재 보좌역, 대통령 의전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후 김영삼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제2차장을 지냈는데, 당시 황장엽 씨 망명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 망명을 위한 막후작전을 총괄했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정치특보를 지내 야권 내 실세로 불렸지만,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2002년 당시 이인제 자민련 의원 측에 5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총선 공천 신청을 취소당했다.
한동안 정치권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이 후보자를 복귀시킨 인물은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2005년 이 후보자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임명했고, 2007년 대선 경선 때는 박근혜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을 맡겼다. 이를 계기로 이 후보자는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맡았고,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핵심 측근으로 분류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주일대사로 부임했다.
■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프로필
△서울(67) △경복고,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8회 △대통령 의전수석비서관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 △국가안전기획부장 제2특보, 제2차장 △한나라당 총재 안보특보, 정치특보, 여의도연구소 고문
도병욱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dod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