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저금리 효과…"월가에 공포가 사라졌다"

입력 2014-06-1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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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낙관론 확산

공포지수 7년만에 최저…뉴욕증시 연일 최고치 "기업 펀더멘털 양호"
"폭풍 前 고요" 경고음…FT "금융위기 직전에도 변동성 없다가 시장 급변"



[ 뉴욕=유창재 기자 ] “월스트리트에 공포는 없다. 만약 있다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더 클 것이다.”(하워드 실버블랫 S&P다우존스지수 애널리스트)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주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는 이른바 ‘공포지수’는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사상 유례없는 통화 완화정책을 지속하고 있고 경제지표도 호조를 보이면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장의 과도한 자신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귀결된 ‘대안정기(Great Moderation)’의 전철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확산되는 낙관론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양대 지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0.1% 올라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로 다우존스지수는 올 들어서만 9번째, S&P500지수는 19번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나스닥지수도 이날 0.3% 올라 기술주 급락 전인 3월 중순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월스트리트에 낙관론이 우세한 이유는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과 견조한 거시경제 회복세다. 지난 5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하고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마이너스 예치금리(-0.1%)를 도입했다. 하루 뒤인 6일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21만7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났다고 발표했다. 신규 일자리가 4개월 연속 20만개 이상 늘어나자 시장이 경기 회복에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이처럼 낙관론의 근거는 증가하는 반면 시장에 위협이 될 만한 요인은 줄고 있다. 뉴욕 증시는 작년 12월 발표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그에 따른 일부 신흥국의 통화가치 급락, 3~4월 기술주 폭락 등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고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제프리 사우트 레이먼드제임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워싱턴 정치인들이 정책 실수를 하거나 갑자기 인플레이션율이 치솟으면 강세장이 끝날 수 있지만 당분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3월부터 강세장이 시작될 것을 정확히 예측한 월가 전문가다.

○펀더멘털에 주목하는 투자자들

투자자들이 기업의 펀더멘털에 주목한다는 점도 낙관론이 설득력을 얻는 근거가 되고 있다. 세스 마스터 번스타인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4월에 바이오·기술주 등 고성장 모멘텀주가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실적이 부진한 기업 주식은 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시장에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S&P500 편입 기업 주가는 실적과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 상반기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3.8% 늘어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까지 5.5% 상승한 S&P500지수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면 작년 S&P500지수는 30% 상승하면서 실적 성장세를 크게 앞질렀다.

S&P500 기업의 향후 1년치 실적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R)도 지난 한 해 동안 12.6배에서 15.3배로 크게 늘어난 반면 올 들어서는 15.5배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증시 거품론이 기우(杞憂)라는 증거라고 낙관론자들은 주장한다.

○제로금리가 낳은 과도한 자신감 우려도

하지만 시장의 과도한 자신감은 늘 위기로 귀결됐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상업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6일 2007년 2월 이후 최저치인 10.73을 기록했다. 9일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이다. 레이먼 베라스테기 소시에테제네랄 애널리스트는 “이례적으로 낮은 변동성은 곧이어 변동성 급등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영원한 사이클”이라고 말했다. VIX는 신용 거품이 한창이던 2007년 초까지 10 이하에 머물렀다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큰 폭으로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을 두고 ‘폭풍 전 고요’가 아니냐는 경고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실제 Fed와 ECB 등 중앙은행들이 인위적으로 낮춘 초저금리 때문에 시장이 과열됐다는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투자등급 기업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60bp(1bp=0.01%포인트)로 3월보다 10bp 급락했다. 투기등급 기업들의 CDS는 사상 최저인 100bp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갑자기 금리가 급등할 경우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FT는 경고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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