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3개월째 동결
경제 불확실성 커지자 '신중 모드'로 바뀌어
"현재로서는… " 머뭇거리는 표현 크게 늘어
[ 김유미 / 마지혜 기자 ] “방향은 금리 인상 아닌가.”(5월9일)
“이달 지표를 지켜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6월12일)
한 달 사이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의 말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12일 기준금리(연 2.50%) 동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을 꼬치꼬치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종 ‘신중 모드’였다. 화법도 달라졌다. 빠르고 명쾌한 대답 대신 느리면서 모호한 말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내수 위축과 환율 급락 등에 따른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금리를 당장 높이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관심사는 한은의 경기 진단이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만큼 굳이 금리를 낮춰야 할 이유가 적다.
지난 4월 취임한 이 총재는 이 점을 분명히 했다. 4월 금통위 직후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수요부문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생기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움직이는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 ‘힌트’를 던졌다. 5월엔 “적어도 (금리) 방향은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구사하는 이런 식의 화법은 상당히 구체적이란 점에서 전임 김중수 총재보다는 이성태 총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총재 스스로도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포워드가이던스(선제적 지침)’까지는 아니라도 시장에 일관된 신호(시그널)를 주겠다고 밝힌 터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총재는 “현 수준(연 2.50%)의 기준금리는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 수준”이라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반박했다. 하지만 예전같은 강한 어조는 아니었다. 그는 “과거 금리가 인상 방향이라고 언급한 것은 연 4%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한발짝 물러났다.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가 위축되고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하는 등 그 여파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4월 경제전망을 내놓은 뒤 2~3개월이 지나 여러 변화가 있었다”며 “현재로서는 내수 위축이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조금 더 지켜봐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이날 눈길을 끌었던 이 총재의 어법 중 하나는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어를 여섯 번이나 되풀이했다는 점. 전형적으로 의견을 유보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지켜보자’는 언급도 늘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한 달 전과 달리 조금 머뭇거리면서 단어를 신중히 선택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에 대한 언급도 신중해졌다. 한 달 전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며 이례적인 설명을 덧붙였지만 이번엔 “경제영향을 다시 짚어보자는 뜻이었다”며 말을 아꼈다.
이처럼 달라진 화법에는 다소 의도적인 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 총재의 비교적 명쾌한 어법이 시장 기대감을 한 방향으로 몰고감으로써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엔 과거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의 모호한 어법이 오히려 유용할 수 있다는 견해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이 총재의 조심스러운 화법으로 금통위 직후에 채권금리가 내렸다”며 “한동안 뜸하던 경기둔화 전망이 시장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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