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서울대 교수 270명, 中企 기술 컨설턴트로 나서

입력 2014-06-12 21:46  

<3부> 공대가 변해야 기업이 산다
(3·끝) 연구와 기술 균형 찾아야

변화의 바람부는 공대

연대도 中企협력센터 7월 구축



[ 김태훈 / 임근호 기자 ] 한세광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올초 신풍제약과 ‘히알루론산 기반 C형 간염 치료제 약물전달시스템’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단계별 정액기술료 5억원에 매출의 2%를 경상기술료로 지급받는 조건이다. 김재훈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액정표시장치(LCD)의 응답속도와 휘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국내 대기업에 이전해 양산 적용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LCD 휘도를 높일 수 있는 소재 기술을 글로벌 기업에 이전하기도 했다.

국내 4년제 대학의 연구개발(R&D) 대비 투자수익률은 1.05%다. 3.38%인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 대학들의 기술이전 건수는 총 1796건, 관련 수입은 454억2000만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3.6%, 17.8% 증가했다. 기술이전에서 빼어난 성과를 거둔 앞선 두 교수 사례의 공통점은 현장 경험이다. 김 교수는 교수로 임용되기 전 삼성전자에서, 한 교수는 LG화학, LG생명과학, 글로벌 제약사 로슈 등에서 일했다. 산업체 경력을 가진 교수들을 중심으로 사업화 성과가 늘어나고 있다. 김 교수는 “R&D 기획 단계부터 산업체의 기술 개발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앞으로 필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한 게 주효했다”며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과 인맥이 사업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R&D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연계를 강화하는 것도 최근 공대의 달라진 모습이다. 서울대 공대는 지난 3월 기업들의 기술 고민을 해결해주는 ‘SNUe 컨설팅센터’를 설치했다. 예컨대 중소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불량품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교수, 연구진이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50여건이 넘는 의뢰가 들어왔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학장은 “공대 교수 270여명이 참여하고, 여기서 해결하지 못하면 명예교수, 서울대 동창들에게 전파해 해법을 찾는다”며 “기업인들이 그동안 학교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어려워했는데 센터가 설치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다음주 ‘BEST 중소기업집중협력센터’를 연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과의 체계적인 기술협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80여개 중소기업이 참여하기로 했으며 서울산업진흥원과 제휴를 맺고 구로 G밸리 입주기업과 산학협력도 진행할 계획이다. 손광훈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센터는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자문, 기술이전 등을 담당하게 된다”며 “교수들이 갖고 있는 특허풀을 만들어 중소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인력난을 겪는 기업에는 인턴을 보내는 활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임근호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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