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3중고에 빠진 철강업계

입력 2014-06-15 20:40   수정 2014-06-16 05:00

이상은 산업부 기자 selee@hankyung.com


[ 이상은 기자 ] “글쎄…. 중국의 내수산업이 살아나면 좀 나아지겠지요. 국내 건설·조선산업도 살아나야 하고요. 뾰족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지난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협회 행사장에서 만난 한 국내 철강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국내 철강회사가 살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가 내놓은 대답이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것 외에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지금 국내 철강업계는 공급은 과잉이고, 중국산과 경쟁은 심화되고, 원가 경쟁력은 잃어가는 삼중고에 빠져 있다. 특히 공급 과잉은 구조적인 문제여서 해결이 쉽지 않다. 2000년대 들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이 신규 투자를 지속해서 생산량은 늘렸는데 금융위기 후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결과다.

그나마 있는 수요조차 싸구려 중국산 제품이 잠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1년 2.8%에 불과했지만 지난 1분기에는 23.0%까지 급증했다. 중국도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심각한 화두인지라, 턱없이 낮은 값에 물량을 일단 팔아 치우기 급급하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원가절감을 계속 요구받으니 매끈한 한국산 철강은 배 표면에만 쓰고 안에는 울퉁불퉁하지만 값싼 중국산 철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최근 중국 H형강 제조사들을 반덤핑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비단 H형강뿐 아니라 모든 철강제품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게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달부터 전기로 방식으로 철을 생산하는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에 평상시보다 30~50% 비싼 여름용 전기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6.4% 인상하면서 그간 7~8월에만 적용하던 여름용 전기료를 6월에도 물리기로 한 것이다. “정부와 한전이 전기료 원가 압박을 풀기 위해 저항이 심한 일반 소비자보다 손쉬운 산업계에 요금 인상 부담을 전가했다”며 “정부가 철강업계 경쟁력 저하를 부채질하는 꼴”이라는 철강사 임원들의 속마음을 정부가 헤아려야 한다.

이상은 산업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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