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문창극 검증, KBS의 폄훼와 왜곡

입력 2014-06-15 20:42   수정 2014-06-16 05:01

짜깁기와 발췌로 진의 왜곡돼
검증 빙자한 정치적 공격 안돼
대중 선동은 자유민주주의 공적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객원 논설위원 dkcho0525@naver.com >



난 11일 저녁 9시 KBS 뉴스. 앵커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검증보도’로 뉴스를 시작한다고 오프닝 멘트를 했다. “문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이어진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여성 진행자는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을 엿볼 수 있는 강연으로 파문이 예상된다는 해설을 붙였다. 이어 다음의 강연 일부가 발췌 소개됐다.

이조 500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게으른 민족이기에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는데 이는 하나님의 뜻이며, 남북분단도 당시 완전한 통일이 이뤄졌으면 공산화가 될 수밖에 없었기에 하나님의 뜻으로 봐야 한다. 일본이 이웃이었기에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연결하면 게으른 민족이었기에 식민지배, 분단을 당할 수밖에 없었고 일본이 이웃인 것이 축복이라는 것이다. ‘종교적 편향, 민족 비하, 친일’을 서슴지 않은 총리 후보자다.

후보자 검증은 여론의 역할이고, 총리 후보자는 검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후보자 검증은 사실과 논거에 기초해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번 KBS 검증보도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부당한 왜곡이다. 전체를 보지 않고 자극적이고 분노할 만한 내용만 교묘하게 짜깁기해 ‘후보자 낙마’ 여론을 조성하려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교회에서 신도를 대상으로 한 종교 활동을 ‘최우선의 검증 소재’로 삼은 것 자체가 작위적이다. 저의가 읽힌다.

강연 취지는 우리 민족은 고난을 겪었지만 시련을 이기고 지금 기회의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고비 고비마다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있었다. 우리 민족을 단련시키려고 고난을 주신 것이다. 고난을 주신 다음에 이 민족을 써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길을 열어주신 것이다. 굽이굽이 시련과 도전을 받았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기회가 됐다”는 문 후보자의 강연 내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의 섭리로 우리 민족은 고난을 겪었지만, 종국에는 인류를 위해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는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역사’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일본 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란 ‘하나님이 그런 시련을 줬다’는 것이지 식민지배가 축복이란 뜻은 아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400년 동안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70년 동안 바빌론으로 잡혀가 유배생활을 한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것도 하나님이 타민족과 국가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심판했다는 것이지, 이집트나 바빌론의 압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시련은 과거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고, 또 더 큰 축복을 위해 하나님이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자는 ‘조선의 엘리트’에 대해 조그만 군(郡)에 이방(吏房)이 800명이나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조선 사람들이 일을 하려 하지 않는 것은 일을 해도 다 빼앗겨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착취를 피해 연해주로 간 조선인들은 러시아 사람들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잘살았다고 했다. 조선인은 부지런한데 착취하는 탐관오리들 때문에 일을 하지 않게 됐다는 말을 한 것이다. 조선을 비하했다고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그는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건, 기독교 ‘성령운동과 개혁운동’으로 당시 영국 상인들이 세계에서 제일 정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려면 크리스천 개혁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KBS는 검증이란 명분으로 문 후보자에게 ‘회복불능’의 정치적 상처를 주려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혹여 ‘광우병’ 사태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차원이 다르다. 한 시간여의 동영상을 보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KBS는 한국 대표 공영방송이다. 대중을 미혹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면 금선(禁線)을 넘은 것이다.

언론은 권력이기에, 선동은 민주주의의 ‘공적’(公敵)이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이미 선동돼 있다.” 나치 요물 괴벨스의 말이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객원 논설위원 dkcho0525@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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