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중앙은행과 기재부 서로의 역할 존중해야"

입력 2014-06-15 20:51  

이주열 한은총재, 금리인상 깜빡이 켠 것 아니었다


[ 김유미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데 대해 “기재부와 중앙은행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과 기재부 간 공조 방향을 묻는 질문에 “기재부와 중앙은행은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며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주면서 경제흐름에 대한 인식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장관 교체로 한은과 기재부 간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가 상당한 관심이다. 앞으로 기재부가 성장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은에 금리를 인하하거나, 적어도 인상을 미루라고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총재의 이날 답변은 정부와 공조하되 한쪽으로 끌려가진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두 달 남짓 느낀 것에 대해 “소통이 생각했던 것보다 좀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향후 기준금리에 대해 지난 4~5월 “방향은 인상”이라고 말했다가 최근엔 “이달 지표를 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모호해진 화법을 지적하자 그는 “잠재성장률 이상의 회복세를 보인다는 전제 아래서 방향은 그렇다(금리 인상)는 이야기였는데 시장에서는 이걸 하나의 시그널(신호), 소위 ‘깜빡이’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 시기를 염두에 둔 것은 정말 아니었다”며 “깜빡이로 받아들였다면 제가 일찍 켠 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지급준비율 정책을 쓰자는 견해엔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지준율 정책은 경기 대응책으로는 유효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은행지준율을 내리면 은행들의 수지를 보전하는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 불평등을 다룬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책 ‘21세기 자본론’ 열풍에 대해서도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불평등 정도를 완화시키면 소비성향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성장잠재력 확충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를 당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전담팀 개설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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