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 뜨는 동네
세계 어느 도시든 새로 뜨는 동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집값이 싸고 중심가에서는 벗어나 있다. 집값이 싸다 보니 노동자나 이민자, 혹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주로 터를 잡고 산다. 벽에는 약속이나 한듯 여기저기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하나둘 생겨나는 카페와 바들은 세련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것보다는 자유롭고 보헤미안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주변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듯한 무심함(?), 혹은 주류에 대한 저항 내지는 대안 등의 속내를 담고 있다. 뉴욕의 옛날 브루클린이 그랬고,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 동네가 그랬으며, 시애틀의 캐피톨힐, 그리고 지금 찾아갈 몬트리올의 플라토 몽 루아얄(Plateau Mont Royal·이하 플라토)이 그렇다.
보헤미안의 분위기가 나는 동네
몬트리올은 도심의 중앙을 가르는 생 로랑 대로를 기준으로 서쪽 시가지에는 영국의 색채가, 동쪽 구시가지에는 프랑스 색채가 짙게 배어있다. 그리고 루아얄 산 아래 쪽에는 플라토가 자리해 있다. 몇년 전부터 몬트리올에서 어디가 가장 ‘핫(hot)한’ 동네냐고 물으면 모두 플라토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플라토 바로 옆에 붙어있는 마일엔드(Mile End)까지 그 인기가 퍼져나간 상태다. 실제로 마일엔드에서 만났던, 음악을 하는 젊은 친구들은 플라토보다 마일엔드가 대세라고 자랑했다. 플라토는 20세기 초부터 노동자들이 모여 살았고, 1980년대부터 보헤미안 분위기가 나는 동네였다. 예술가들이 살기에도 가장 만만한 동네였다. 캐나다 최고의 대학으로 인정받는 맥길대와도 가까워 그 어느 동네보다 젊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간판이나 가게 벽 전부가 그래피티로 그려진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거리의 벽은 낡았고, 플라토의 골목으로 들어서면 동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정겨운 집들이 바로 튀어나온다. 플라토에는 몬트리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주택 구조도 많이 남아있다. 그것은 오래된 벽돌 집이 줄줄이 붙어있고 그 앞에는 2층으로 나 있는 야외 철계단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뉴욕의 뒷골목 같기도 하고, 여러 영화에서 본 것 같기도 한 친근한 풍경이다.
베이글이 유명한 이유는 유대인 때문
몬트리올은 캐나다 특유의 감자튀김인 푸틴과 베이글이 유명한 도시다. 그중에서도 베이글집이 유독 많다. 플라토에도 몬트리올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글집이 있는데, 생 비아토(St Viateur)에 가면 사람들이 베이글을 얼마나 폼나게 먹는지 볼 수 있다. 사실 플라토에서는 아무 베이글 가게나 들어가도 맛있는 베이글을 살 수 있다.
몬트리올의 베이글이 유명한 이유는 유대인 문화와 관련이 깊다. 몬트리올과 뉴욕은 북미에서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검은색 카프탄을 입고 검은색 중절모를 쓴 긴 수염의 유대인들을 플라토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이 즐겨 먹던 베이글이 몬트리올의 명물이 된 것도 그러고 보면 신기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한 군데 플라토의 맛집 명소가 있다. 1928년부터 문을 연 슈왈츠 몬트리올 히브루 델리카트슨(Schwartz's Montreal Hebrew Delicatessen) 샌드위치집이다. 훈제고기로 만든 드위치와 감자튀김만 파는데, 이것 역시 유대인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지금은 몬트리올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로 밤낮 가리지 않고 항상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집의 샌드위치를 ‘소울푸드’라 여기는 현지인들도 많다. 플라토는 몰라도 이 샌드위치집은 귀신 같이 알고 찾아오는 관광객들과 동네 사람들과 예술가들이 이제는 플라토의 한 거리를 어울려 걷는다.
빈티지를 사랑하는 사람들
마일엔드 쪽으로 갈수록 플라토의 매력은 더 진하게 드러난다. 한 집 건너 있을 만큼 흔한 구제 숍과 작은 카페들, 젊은 디자이너들의 재기발랄한 부티크 숍과 클럽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몬트리올인들의 빈티지 사랑은 유럽인 못지 않게 유별하다. 각종 구제 옷과 가방, 신던 신발의 상태나 질이 좋아 어느 숍이든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직접 만든 천가방과 소품들도 함께 파는 한 구제숍에서 밝은 갈색의 긴 부츠를 단돈 40캐나다달러에 사는 횡재도 누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열된 빈티지 안경 가게, 각종 유기농 허브와 향신료를 파는 가게, 간판도 없고 오로지 빨간 대문만 알고 찾아가는 플라토의 최고 인기 바 ‘빅 인 재팬’, 세계적인 그래픽 노블(만화소설) 전문 출판사인 드로운 앤 쿼터리에서 운영하는 정감 넘치는 서점 등 내공 강한 집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몬트리올을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싶다면 플라토에서 마일엔드까지 걸어보자. 그곳에서 몬트리올의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가봐야할 곳
빅 인 재팬 바
생로랑과 레이첼 거리 코너에 있는 스피크이지 스타일 바. 간판도 없고 빨간 문을 찾아사서 들어와야 한다.
클락 스트리트 메르카틸
수제 브로그 신발, 셔츠, 선글라스, 오래된 카메라 등을 파는 남성 라이프 스타일 매장.
리브라리에 드로운 앤 쿼터리
그래픽 노블과 아트북 전문 서점. 책을 읽어주는 이벤트와 워크숍도 진행한다.
슈왈츠 몬트리올 히브루 델리카트슨 (schwartzdeli.com)
줄 서야 먹는 훈제고기 샌드위치 가게.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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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도시든 새로 뜨는 동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집값이 싸고 중심가에서는 벗어나 있다. 집값이 싸다 보니 노동자나 이민자, 혹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주로 터를 잡고 산다. 벽에는 약속이나 한듯 여기저기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하나둘 생겨나는 카페와 바들은 세련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것보다는 자유롭고 보헤미안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주변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듯한 무심함(?), 혹은 주류에 대한 저항 내지는 대안 등의 속내를 담고 있다. 뉴욕의 옛날 브루클린이 그랬고,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 동네가 그랬으며, 시애틀의 캐피톨힐, 그리고 지금 찾아갈 몬트리올의 플라토 몽 루아얄(Plateau Mont Royal·이하 플라토)이 그렇다.
보헤미안의 분위기가 나는 동네
몬트리올은 도심의 중앙을 가르는 생 로랑 대로를 기준으로 서쪽 시가지에는 영국의 색채가, 동쪽 구시가지에는 프랑스 색채가 짙게 배어있다. 그리고 루아얄 산 아래 쪽에는 플라토가 자리해 있다. 몇년 전부터 몬트리올에서 어디가 가장 ‘핫(hot)한’ 동네냐고 물으면 모두 플라토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플라토 바로 옆에 붙어있는 마일엔드(Mile End)까지 그 인기가 퍼져나간 상태다. 실제로 마일엔드에서 만났던, 음악을 하는 젊은 친구들은 플라토보다 마일엔드가 대세라고 자랑했다. 플라토는 20세기 초부터 노동자들이 모여 살았고, 1980년대부터 보헤미안 분위기가 나는 동네였다. 예술가들이 살기에도 가장 만만한 동네였다. 캐나다 최고의 대학으로 인정받는 맥길대와도 가까워 그 어느 동네보다 젊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간판이나 가게 벽 전부가 그래피티로 그려진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거리의 벽은 낡았고, 플라토의 골목으로 들어서면 동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정겨운 집들이 바로 튀어나온다. 플라토에는 몬트리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주택 구조도 많이 남아있다. 그것은 오래된 벽돌 집이 줄줄이 붙어있고 그 앞에는 2층으로 나 있는 야외 철계단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뉴욕의 뒷골목 같기도 하고, 여러 영화에서 본 것 같기도 한 친근한 풍경이다.
베이글이 유명한 이유는 유대인 때문
몬트리올은 캐나다 특유의 감자튀김인 푸틴과 베이글이 유명한 도시다. 그중에서도 베이글집이 유독 많다. 플라토에도 몬트리올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글집이 있는데, 생 비아토(St Viateur)에 가면 사람들이 베이글을 얼마나 폼나게 먹는지 볼 수 있다. 사실 플라토에서는 아무 베이글 가게나 들어가도 맛있는 베이글을 살 수 있다.
몬트리올의 베이글이 유명한 이유는 유대인 문화와 관련이 깊다. 몬트리올과 뉴욕은 북미에서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검은색 카프탄을 입고 검은색 중절모를 쓴 긴 수염의 유대인들을 플라토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이 즐겨 먹던 베이글이 몬트리올의 명물이 된 것도 그러고 보면 신기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한 군데 플라토의 맛집 명소가 있다. 1928년부터 문을 연 슈왈츠 몬트리올 히브루 델리카트슨(Schwartz's Montreal Hebrew Delicatessen) 샌드위치집이다. 훈제고기로 만든 드위치와 감자튀김만 파는데, 이것 역시 유대인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지금은 몬트리올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로 밤낮 가리지 않고 항상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집의 샌드위치를 ‘소울푸드’라 여기는 현지인들도 많다. 플라토는 몰라도 이 샌드위치집은 귀신 같이 알고 찾아오는 관광객들과 동네 사람들과 예술가들이 이제는 플라토의 한 거리를 어울려 걷는다.
빈티지를 사랑하는 사람들
마일엔드 쪽으로 갈수록 플라토의 매력은 더 진하게 드러난다. 한 집 건너 있을 만큼 흔한 구제 숍과 작은 카페들, 젊은 디자이너들의 재기발랄한 부티크 숍과 클럽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몬트리올인들의 빈티지 사랑은 유럽인 못지 않게 유별하다. 각종 구제 옷과 가방, 신던 신발의 상태나 질이 좋아 어느 숍이든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직접 만든 천가방과 소품들도 함께 파는 한 구제숍에서 밝은 갈색의 긴 부츠를 단돈 40캐나다달러에 사는 횡재도 누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열된 빈티지 안경 가게, 각종 유기농 허브와 향신료를 파는 가게, 간판도 없고 오로지 빨간 대문만 알고 찾아가는 플라토의 최고 인기 바 ‘빅 인 재팬’, 세계적인 그래픽 노블(만화소설) 전문 출판사인 드로운 앤 쿼터리에서 운영하는 정감 넘치는 서점 등 내공 강한 집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몬트리올을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싶다면 플라토에서 마일엔드까지 걸어보자. 그곳에서 몬트리올의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가봐야할 곳
빅 인 재팬 바
생로랑과 레이첼 거리 코너에 있는 스피크이지 스타일 바. 간판도 없고 빨간 문을 찾아사서 들어와야 한다.
클락 스트리트 메르카틸
수제 브로그 신발, 셔츠, 선글라스, 오래된 카메라 등을 파는 남성 라이프 스타일 매장.
리브라리에 드로운 앤 쿼터리
그래픽 노블과 아트북 전문 서점. 책을 읽어주는 이벤트와 워크숍도 진행한다.
슈왈츠 몬트리올 히브루 델리카트슨 (schwartzdeli.com)
줄 서야 먹는 훈제고기 샌드위치 가게.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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