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133회 현장 찾아 3412건 애로 발굴·건의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손대지 못한 것도 많아"
[ 박수진 기자 ]
김문겸 중소기업옴부즈만(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은 “당장 기업들이 불편해하는 ‘손톱 밑 가시’나 ‘신발 속 돌멩이’를 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불합리와 규제를 발굴해 이를 해결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옴부즈만은 지난 12일 경기 용인시에서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소속 기업인 10여명과 간담회를 하고 “앞으로 3년간 일관성 있고 근본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지도록 힘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1년 취임해 3년간 임기를 마친 뒤 지난 4월 말 3대 옴부즈만으로 재위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프린스전자(무선 마이크 제조업체)와 진성강건(가설방음벽 설치업체) 등의 대표들이 참석해 중국산 저가 제품의 불법 수입과 과도한 인증절차 등에 대해 민원을 쏟아냈다.
김 옴부즈만은 기업인들에게 “현장을 둘러보면 볼수록 당장 필요한 불편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차원의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사례로 약령시(한약재 도매시장) 지원 대책을 꼽았다. 김 옴부즈만은 “서울과 지방에 있는 약령시를 방문해보면 예산 지원이나 단편적인 규제 완화로는 시장이 되살아나기 힘들다는 게 분명한데도 (정부와 지자체들이)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희귀 한약재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국제 규격에 맞게 제품 성분과 효능을 분석하는 ‘틀’이 있어야 하는데 약전(藥典·의약품의 제조방법과 성능, 품질, 저장 방법 등을 정의하는 사전)과 시험·검사 방법 등이 모두 양약 위주로 돼 있어 한약재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약재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약 위주의 산업 틀을 보완하는 게 급선무인데도 그 작업이 워낙 방대하고, 자칫 의료계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엄두를 못 내고 건물·주차장 설립이나 시험·검사 비용 지원 같은 ‘땜질 처방’에 치중한다는 지적이다.
김 옴부즈만은 “3년간 현장 민원을 듣다 보니 개별적인 민원들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규제들이 보일 때가 많다”며 “이를 풀려면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뭉텅이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규제개혁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끈기 있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못한 예로 대불공단 전봇대를 들었다.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형 트레일러의 통행을 가로막는 전봇대의 존재를 예로 들면서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김 옴부즈만은 “그런 지적이 나오자마자 정부가 나서 문제의 전봇대 1, 2개를 땅에 묻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현장에 가보면 문제가 되는 전봇대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지 않으면 기업 민원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옴부즈만은 지난 3년간 총 133회 기업현장을 방문했다. 휴가철을 제외하면 3년 동안 매주 최소 한 차례 현장을 방문한 셈이다. 그는 이를 통해 3412건의 애로를 발굴해 관련 부처에 통보했다.
김 옴부즈만은 “지난 3년간 해결한 규제도 많지만 각종 인증이나 시험·검사 규제처럼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한 것도 많다”며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범정부 차원의 규제완화를 독려해야 공무원들이 쥐고 있는 규제 밥통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소기업옴부즈만은
中企 현장애로·민원 수집해 정부에 전달…임기 3년 1회 연임 가능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을 찾아다니며 현장의 애로와 민원사항을 듣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차관급(위촉직) 고위 공무원이다. 무보수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이민화 KAIST 초빙교수가 2009년 7월 초대 옴부즈만으로 2011년까지 2년간 일했고, 김문겸 옴부즈만이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4월 재위촉됐다. 임기는 2017년 4월까지다.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설치 근거만 있고 독립성과 지원 근거가 없어 활동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중소기업법을 개정, 지원 근거 등을 마련했다. 옴부즈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독립적 지원기관으로 옴부즈만지원단을 구성했다. 중소기업청과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에서 총 21명의 공무원이 옴부즈만지원단에 나와 일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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