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영 기자 ] 한화그룹이 이라크 내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라크 내전은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이 시아파가 이끄는 정부를 공격하며 시작됐다. 한화는 이라크에서 신도시 건설과 석유화학 생산단지 조성을 포함해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은 현지 업체와 합작해 이라크 남부지역에 유화제품 생산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 100만t 규모의 에탄가스 분해설비를 40억달러(약 4조800억원)를 투자해 이라크에 지은 뒤 이를 기반으로 폴리에틸렌 등 유화제품을 생산하는 대규모 플랜트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중동과 북미 경쟁사들이 값싼 천연가스와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가격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을 찾은 모하메드 자인 이라크 산업부 차관을 만나 합작투자 사업의향서(LOI)를 교환했다. 이라크에서 유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 기업으로는 한화케미칼이 처음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의향서를 교환한 초기 단계여서 이라크 내전 위기가 사업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 근처 비스마야에서 10만가구 규모의 신도시(조감도)를 짓고 있는 한화건설도 전면적인 내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 제2도시 모술을 장악한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는 이날 바그다드 북쪽 100㎞까지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은 바그다드 동남쪽 약 10㎞ 일대에 있다.
한화 관계자는 “공사장 주변을 이라크 정부군이 3중으로 지키고 있으며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80억달러가 투입되는 비스마야 신도시는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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