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서머스쿨 어디… 경희 서강 성대 연대 외대 이대 등 외국학생 유치 쟁탈전

입력 2014-06-17 07:13   수정 2014-06-17 11:51



연세대 한국어학당을 다니는 미나 티더스 씨(27·여)는 에스토니아에서 왔다. 티더스 씨의 한국사랑은 4년 전 호기심으로 찾은 경희대 서머스쿨 'Global Collative 서머프로그램(GC)‘에서 시작됐다. GC의 다양한 강의와 체험활동이 한국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애정으로 키웠다. M 씨는 경희대 교환학생을 거쳐 한국 유학까지 결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다가오는 여름방학 국내 주요 대학 캠퍼스에 외국인 학생들이 몰려올 예정이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주요 대학 서머스쿨(국제여름학기)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양질의 강의와 프로그램 준비를 마쳤다.

서머스쿨은 국내 대학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국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단기 수업이다. 보통 2~5주 과정으로 수업 외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포함한다.

◆'차별화' 나선 서머스쿨 … 세계 석학, 인턴십, 국제기구 체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호의 아시아 보좌관으로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올 여름 연세 국제하계대학을 찾는다. 크리스티나 데이비스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넬리스 라일스, 히로카주 미야자키 코넬대 교수 등 아이비리그 석학들과 함께 세미나 강단에 선다.

시릴 리치 UN NGO협의회(CoNGO) 의장은 경희대 GC에서 만날 수 있다. 시릴 리치 의장은 국제협회연합(UIA) 부회장 역임 등 40여 년간 국제기구 및 국제회의에서 활동해온 비정부기구(NGO) 전문가다.

이화여대에선 폴 장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빗 청 미시건주립대 교수가 영화 관련 강연을 펼친다. 이화여대는 2006년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하버드대와 공동 계절학기 ‘이화-하버드 서머스쿨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타학교 서머스쿨과의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눈에 띈다.

연세국제하계대학은 국내 서머스쿨 중 최대 규모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기준 21개 회사에서 43명의 학생이 인턴십 기회를 가졌다. 기업 인턴십은 한독약품, 한국관광공사, SK브로드밴드, SBS, IBK기업은행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연구 인턴십의 경우 연세대 교수들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는다.

연세국제하계대학 관계자는 “인턴십 참가자 중 50%는 순수 외국인 학생이다. 한류 영향 등으로 한국 기업에 관심이 높아진 동남아권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력서 작성 및 작문 실력 향상을 돕는 한국어 고급 글쓰기 과정도 많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GC는 올해부터 UN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실무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단기 집중 강의에 힘썼다면 올해부터는 학문과 실무체험을 조화롭게 다루자는 취지에서다. 송도의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 ESCAP)를 방문, 현장 강연 및 토론을 진행하고 아시아 각국 UN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특강을 제공한다.

서강대 국제하계대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다. 외국인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한국학’에 특화된 강의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다른 대학들과 달리 정규학부인 지식융합학부 국제한국학과에서 국제하계대학을 운영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성균관대 국제여름학기는 해마다 서머스쿨 주제를 글로벌 이슈로 바꿔가며 맞춤 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한다. 올해 주제는 'Mapping the Future for Shared Prosperity'. 개론이나 교양과목 중심의 학기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더 좋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한국외대 국제여름학기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생활 적응을 돕는 ISS버디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질 높은 강의 제공을 위해 한 강의 당 수강 인원을 10여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차별성을 띈다.

국내 서머스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이화국제하계대학은 세션1과 세션2를 나누어 학생들이 세션별로 각각 학문과 한국문화 체험에 집중할 수 있는 구성이다.


◆외국인 학생 '북적'… "한국 인지도 상승 덕"

국내 서머스쿨을 찾는 학생들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16일 현재 올해 서머스쿨 신청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성균관대로 지난 9일 기준 총 1738명의 학생이 등록을 마쳤다. 성균관대 국제여름학기는 지난해에도 1727명의 참가자를 모으며 국내 서머스쿨 중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연세대의 연세국제하계대학은 지난 9일 기준 등록 외국인 학생 수만 1365명에 이른다. 국내 학생까지 포함하면 1400명이 넘는다.

등록이 마감된 한국외대 국제여름학기(ISS)의 올해 참가 학생 수는 220명으로 지난해 160명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참가자 중 외국인 학생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강대는 국제하계대학 참가자 중 무려 90%가 외국인 학생이다. 성균관대 국제여름학기도 올해 외국인 학생비율이 6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외대 국제여름학기와 이화국제하계대학도 외국인 학생 비율이 50% 이상이다.

손장환 연세국제하계대학 코디네이터는 “과거엔 서머스쿨이 교포 및 조기유학생들을 위한 것이란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엔 프로그램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순수 외국인 학생들의 참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머스쿨을 찾는 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해졌다. 가장 많은 외국인 학생 수를 자랑하는 연세대는 학생들의 국적도 36개로 최대다. 지난해 23개국에서 1년새 10개국이 넘게 증가했다.성균관대와 한국외대도 지난해 보다 늘어난 30여 개국에서 학생들이 몰려올 예정이다.

국내 서머스쿨의 이 같은 인기는 해외에서 한국 및 한국 대학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상승한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대학들이 해외의 기대와 수요에 발맞춰 서머스쿨 개편 및 확대에 나선 점도 학생 참여를 이끌어내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대부분의 서머스쿨이 수업외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세계적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의 역시 한국과 동아시아 관련 과목이 많다.

이화국제하계대학 관계자는 “해마다 학생들의 관심사나 이슈를 반영해 커리큘럼을 조금씩 바꾸며 보다 개선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며 “과거 참가 학생들이 재등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밝혔다. 특히 K-POP 체험과 한국 음식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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