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업자들을 위한 방치된 주민등록번호제도는 위헌!

입력 2014-06-17 15:04   수정 2014-06-17 17:56

<p>사단법인 오픈넷은 6월 13일에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이하 '정통망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KT는 이 규정에 의거하여 '본인확인기관'으로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게 된 자이고, 청구인은 KT의 고객으로서 지난 2014년 3월에 밝혀진 약 1,200만명의 KT고객 개인정보 대량 유출 때 자신의 개인정보도 유출된 자이다.</p> <p>
개인에 대한 정보가 권력기관에 의해 축적될 경우 개인에 대한 부당한 감시체제로 기능할 위험이 커진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국가가 행정 목적으로 개인을 식별하기 위해 부여하는 개인식별변호는 각 개인 삶의 여러 분야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들을 집합, 집적하는 통로가 될 위험을 안고 있고, 국가는 이것을 이용하여 개인에 대한 전방위적 감시를 할 유혹을 느끼게 되므로 민간이 이런 개인식별번호를 수집하여 민간분야의 여러 정보들을 이 번호에 연계하는 것은 제한되어야 한다.</p> <p>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는 국가가 행정용도로 생성한 개인식별번호가 민간 분야에서 수집, 이용되지 않도록 하고, 어떤 나라들은 민간분야에서 그 번호를 요구하는 것 자체를 처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표면적으로는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식별번호의 수집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겉으로만 원칙적으로 금지했을 뿐 예외적으로 수집을 허용하는 법령이 무려 866개가 된다(2014년1월 안전행정부 통계). 이번 헌법소원의 대상인 정통망법 제23조의2 제1항 제1문도 이러한 예외 조항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p> <p>
헌법재판소는 2012년에 인터넷실명제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공직선거법 상의 실명확인 조항을 폐기하기로 공식적 입장을 정한 바 있다. 물론 청소년보호법 등의 법률에서 이용자의 연령을 확인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기는 하나, 그런 규정이 있다고 해서 이동통신사들에게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허용해야 할 합리적인 기술적, 정책적,사업적 이유는 전혀 없다. 이동통신사들에게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진정한 본인확인과는 기술적 관련성이 희박한 반면, 이동통신과 관련된 모든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다시 주민등록번호에 연계되어 정보감시체제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이런 결과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된다.</p> <p>
주민등록번호제도는 계속된 대량정보유출사태로 인해 파산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국내 국외의 무수한 공격자들이 우리나라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를 보유,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여전히 국민에 대한 감시 편의만을 고려하여 이런 제도를 계속 사용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은 온 국민이 범죄의 표적으로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침몰하는 주민등록번호제도에 대해 국회와 정부는 국민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말고 국민을 구출할 생각을 해야 한다. 국회는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초래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 첫 단계로서 이번 헌법소원 대상이 된 조항(제23조의2 제1항 제1호)뿐 아니라, 정부가 본인확인기관을 지정함으로써 온라인상의 본인확인기술이 관변사업자들의 이권 다툼으로 전락하도록 만든 정통망법 조항들(제23조의3, 제23조의4)을 폐지해야 한다.</p> <p>
- 헌법소원 대상 법 조항
정통망법 제23조의2(주민등록번호의 사용 제한)
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없다.
1. 제23조의3에 따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 </p> <p>한경닷컴 게임톡 김신우 기자 mtau1625@gmail.com</p>
게임톡(http://www.gametoc.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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