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리인하? 규제개혁이 옳은 길

입력 2014-06-17 20:52   수정 2014-06-18 05:38

경기·환율 대응 금리인하 요구들
돈 풀려 비생산적 富편중 심화될뿐
지지부진 규제개혁에 더 힘쏟아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jwan@khu.ac.kr >



한국은행이 금리를 또 동결했다. 이를 두고 비판과 불만들이 많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환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한은이 꿈쩍도 안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엔화를 풀어대고,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쓰고 있는데 한은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편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소득불평등을 다룬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가 만난 대다수 사람들이 노벨상감이니, 근래 보기 드문 훌륭한 저작이니 하며 찬사가 대단하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피케티가 제시한 대로 자본에 대한 세금을 잔뜩 물려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모순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비생산적인 부와 소득불평등의 원인이 통화팽창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것은 사람마다 능력과 재능이 다르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와 소득불평등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생산적인 인간행동의 결과가 아닌 통화팽창에 의한 비생산적인 소득불평등은 문제다.

필자는 이 다산칼럼을 통해 통화팽창이 비생산적인 소득불평등을 야기한다는 것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해 통화량이 증가하면 아직 물가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유입된 통화를 일찍 손에 넣은 사람의 실질구매력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통화증가로 인해 물가가 오른 후에 새로 유입된 통화를 입수한 사람의 실질구매력은 상대적으로 하락한다. 결국 새로 유입된 화폐를 일찍 손에 넣은 사람과 나중에 입수한 사람 간에 부와 소득격차가 발생한다. 새로운 화폐를 먼저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반 서민들보다는 정부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부유한 사람들이다.

피케티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이 사실이 그의 책에서 발견된다. 1910~2010년 미국의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면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상위 10%가 차지하는 몫이 50%로 최고점에 이른다. 이 시기가 어떤 시기인가. 바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를 무분별하게 발행하고 미국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했던 시기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며 소득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한 700여쪽에 달하는 피케티의 책은 역작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소득불평등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총량 데이터를 사용해 단순히 자본세를 중과해야 한다고 내린 결론은 커다란 오류다.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할 경우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야기되는 이유는 역동성이 떨어져 경제성장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임금 이외의 소득이 없는 서민은 일자리를 잃어 곤란을 겪는 반면 임금 이외의 소득이 있는 계층이나 전문직 종사자는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경제성장이 둔화되더라도 생활과 저축이 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부와 소득격차가 심화된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정부는 경제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동반성장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규제를 양산해 왔다. 그것은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둔화시켰다. 우리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는 까닭은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한 데 있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은에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는 것은 엉뚱한 곳에 화살을 돌리는 것이다. 또한 부와 소득불평등을 원하지 않으면 한은에 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를 늘리라고 함부로 주문해서는 안 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금리인하는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부와 소득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경제도 살리고 소득불평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길은 규제개혁이다. 세월호 참사에 묻혀 지지부진했던 규제개혁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jwan@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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