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기간 후 신평사 교체 의무화…평가정보 공개 확대해야"

입력 2014-06-17 21:02  

커지는 제도개선 목소리


[ 이상열 기자 ]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로 국내 신용평가회사와 기업 간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드러나면서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과 신평사 사이에 형성된 ‘갑(甲)과 을(乙)’의 관계를 깨뜨리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것으로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자체적으로 두 개 신평사를 선택해 등급을 받은 뒤 수수료를 지급하는 시스템이 꼽힌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업들은 ‘등급 쇼핑’(경쟁을 부추겨 등급을 잘 주는 신평사로부터 평가를 받는 행위)을 하고, 신평사는 여기에 굴복해 부풀려진 등급을 주는 관행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제3의 독립기관 등이 회사채가 발행될 때마다 신평사를 강제 배정하는 ‘의무지정제’ 같은 초강경 조치를 도입, 등급 쇼핑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시장 원리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제도라는 반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일정 기간 한 신평사로부터 등급을 받은 뒤 의무적으로 다른 신평사로 바꾸도록 하는 ‘순환평가제’를 대안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팀장은 “기업들이 현행처럼 복수 평가를 받되 한 개 신평사는 순환평가제 적용을 받고 나머지 한 개는 자율적으로 선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평사들의 정보 공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평사들은 부도율 산정 기준도 제각각이라 외부인들이 통일된 잣대로 업무 실적을 평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통일된 기준에 근거한 부도율, 특정기업(그룹)에 대한 수수료 의존도 등 평가 관련 주요 정보를 공시토록 하고 독립된 외부 기관들이 신평사를 평가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활성화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신평사 간 우열이 가려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도입 예정인 독자신용등급제를 조기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자신용등급은 그룹이나 계열사의 지원 여부를 빼고 해당 기업의 재무상태만 따져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신평사 관계자는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돼 등급 결정 과정이 좀 더 구체적으로 외부에 공개될 경우 기업들이 신용도보다 높은 등급을 신평사에 요구할 여지가 줄어든다”고 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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