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가 사라진다] 구조조정에 역습당한 '엘리트 일자리'…실직자 80%가 3040세대

입력 2014-06-18 20:55   수정 2014-06-19 04:17

화이트칼라 감원 태풍

증시 침체·저금리 지속…감원 장기화 우려
경영난 건설·정유·해운에도 '칼바람' 몰아쳐



[ 박신영 / 오상헌 / 박해영 기자 ]
금융회사는 대기업과 함께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다. 안정적인 데다 복지 수준이 좋고 급여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금융회사의 일자리가 급속히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뿐만 아니다. KT를 비롯해 건설 정유 해운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도 앞다퉈 몸집을 줄이고 있어 고용의 질이 급속히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상근직, 30~40대 일자리 없어져

지난 5월 금융권 취업자 수는 84만4000명이다.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포함한 숫자다. 상근직뿐만 아니라 일용직도 포함됐다. 이 숫자가 지난 5월 한 달간 9000명 줄었다. 작년 5월에 비해선 2만9000명 감소했다.

문제는 상근직과 30~40대 젊은 층의 일자리 감소가 크다는 점이다. 금융업종에서 주당 36~44시간(하루 7.2~8.8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지난 5월 한 달간 2만명 줄었다. 금융업 취업자 수 감소폭(9000명)보다 많다. 하루 8시간 안팎 일한다는 것은 상근직이라는 걸 의미한다. 금융회사들이 이들을 대폭 줄이는 대신 시간제 근무자 등을 늘렸다고 볼 수 있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금융회사들은 설명한다. 정부도 지난 1년 동안 줄어든 금융업종 취업자 2만9000명 중 80% 이상이 30~40대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4월 실시한 인원감축 대상자 1000여명 중 대부분이 사원 ·대리급이었다. 한국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구조조정 대상이 영업점의 젊은 인력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증시침체 여파로 증권사들은 사원급 인력도 구조조정 대상에 대거 포함했다. 지난 4월 말 현재 61개 증권사에 몸 담고 있는 직원은 3만9079명. 2012년 말(4만2802명)보다 3723명 줄었다. 이 중엔 사원이나 대리급도 포함돼 있다.


○건설 정유 등 대기업도 ‘고용한파’

비단 금융업종만이 아니다. 경기침체가 ‘L자형’으로 장기화하면서 대기업들도 직원을 줄이는 추세다. KT는 지난 4월 8000여명을 명예퇴직 방식으로 내보냈다. KT 직원 수는 3만2000여명에서 2만4000여명으로 25%나 줄었다. KT는 명예퇴직을 통해 연간 7000억여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보게 됐지만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정제마진 축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도 구조조정에 내몰려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임원 수를 59명에서 50명으로 15% 줄이고, 본부 조직을 7개에서 5개로 축소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임원의 약 30%를 보직 이동시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에쓰오일도 지난달 임원 조직을 일부 줄이고 영업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등 실적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진용을 새로 짰다. 업황이 부진을 보이는 건설과 해운 조선업종 등도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불황 업종을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구조조정을 하는 대기업이 많다”며 “이는 곧바로 협력업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조조정 바람이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업종의 경우 영업 방식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반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업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이러다 보니 아직은 구조조정 바람을 덜 타고 있는 은행들도 조만간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박신영/오상헌/박해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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