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간단치 않다. 구조적인 문제인 까닭이다. 저금리·저성장에다 금융업체들이 하늘만 바라보는 영업에 매달린 결과, 수익성이 계속 떨어져 높은 연봉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은행들은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는 늘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하면 아직도 마이너스다. 지난해는 은행 순이익이 전년의 반토막도 안돼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었다.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인다는 얘기다. 실제 1분기 순이자마진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5년 만의 최저치였다.
증권사는 더 심각하다. 2013회계연도(4~12월)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중소형사 11곳이 자본잠식이었다. 올 1분기는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는 판매관리비 축소 등 내핍경영을 한 결과였다. 증권사들이 아직도 위탁매매에 의존하는 탓에 ROE는 2011년 5.7%, 2012년 3.0%에 이어 급기야 2013년엔 -0.3%로 추락했다. 올 1분기도 고작 0.8%다. 은행 금리도 안 나온다는 얘기다. 일본이 2012회계연도에 ROE가 7.9%로 증가했던 것과 너무 대조된다. 증권사들이 저부가가치 유통업이라고 자조하는 정도다.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업체 사정도 다르지 않다.
결국 고비용 구조를 놔두고서는 해결할 길이 없다. 적자를 벗어나기도 빠듯한 판에 생산성은 떨어지는데도 억대 연봉자가 5명 중 1명이 넘는 구조에서는 고용 축소 압력만 세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없어질 거라는 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업체들은 아시아 금융업을 분석할 때 이미 한국을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로 따로 분류해 평가한다고 한다. 과거 일본 금융업이 겪던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형국이다. 한국 금융업의 미래가 안 보인다. 오랜 관치에 찌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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