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권의 해고 광풍, 예고된 참사다

입력 2014-06-19 20:45   수정 2014-06-2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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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명예퇴직 등을 통한 인력 감축이 증권사를 시작으로 보험, 은행으로 확산되면서 최근 한 달 사이에만 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한경 보도다. 금융업종 취업자는 지난 5월 말 84만4000명으로, 작년 5월에 비하면 2만9000명이나 감소했다. 금융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간단치 않다. 구조적인 문제인 까닭이다. 저금리·저성장에다 금융업체들이 하늘만 바라보는 영업에 매달린 결과, 수익성이 계속 떨어져 높은 연봉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은행들은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는 늘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하면 아직도 마이너스다. 지난해는 은행 순이익이 전년의 반토막도 안돼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었다.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인다는 얘기다. 실제 1분기 순이자마진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5년 만의 최저치였다.

증권사는 더 심각하다. 2013회계연도(4~12월)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중소형사 11곳이 자본잠식이었다. 올 1분기는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는 판매관리비 축소 등 내핍경영을 한 결과였다. 증권사들이 아직도 위탁매매에 의존하는 탓에 ROE는 2011년 5.7%, 2012년 3.0%에 이어 급기야 2013년엔 -0.3%로 추락했다. 올 1분기도 고작 0.8%다. 은행 금리도 안 나온다는 얘기다. 일본이 2012회계연도에 ROE가 7.9%로 증가했던 것과 너무 대조된다. 증권사들이 저부가가치 유통업이라고 자조하는 정도다.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업체 사정도 다르지 않다.

결국 고비용 구조를 놔두고서는 해결할 길이 없다. 적자를 벗어나기도 빠듯한 판에 생산성은 떨어지는데도 억대 연봉자가 5명 중 1명이 넘는 구조에서는 고용 축소 압력만 세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없어질 거라는 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업체들은 아시아 금융업을 분석할 때 이미 한국을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로 따로 분류해 평가한다고 한다. 과거 일본 금융업이 겪던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형국이다. 한국 금융업의 미래가 안 보인다. 오랜 관치에 찌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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