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사법·행정 등 광폭 행보
내부평가 2위…이사회서 역전
"대학 자치 이념 구현하겠다"
[ 오형주 기자 ]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4·사진)가 26대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자로 선출됐다.
서울대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성 교수,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 강태진 재료공학부 교수 등 총장 후보자 3명에 대한 투표를 실시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투표에서 성 교수는 이사 15명의 과반인 8명의 지지를 받았다. 오 교수와 강 교수는 각각 4표, 3표를 얻었다.
차기 총장 후보로 선출된 성 교수는 교육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거쳐 7월20일부터 4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법대에서 총장이 나온 것은 1995년 20대 이수성 총장 이후 19년 만이다.
○“인간존엄 구현할 인재 키우겠다”
2011년 서울대 법인화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총장선거는 총장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총장 후보자 3명을 두고 이사회가 표결을 통해 차기 총장 후보자 1명을 뽑는 간선제로 진행됐다. 성 교수는 결과가 알려진 직후 “우수한 학생들을 선한 인재로 기르는 것이 핵심과제”라며 “인간존엄을 구현할 인재를 키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 교수는 한국 법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헌법학’ ‘헌법소송론’ 등 30여권의 저서와 논문 200여편을 냈다. 프랑스 유학 시절인 1988년에 쓴 논문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상 각료제도’는 당시 아시아권 학자로는 최초로 프랑스 ‘정치헌법학전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의 좌우명은 ‘인격체로서의 인간 존중’이다. 그래서인지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힘써온 교수로 알려졌다. 법대 학생들이 만든 ‘성낙인을 사랑하는 모임(일명 성사모)’도 있다. 정부의 정보공개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의 수업에서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한 학생이 “교수님, 그동안 쓰신 판공비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합니다”라고 당차게 요구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성 교수의 별명 가운데 하나는 ‘위원장 교수’다. “법치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헌법학자가 할 일이 많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성 교수는 입법·사법·행정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공적 영역의 활동에 참여했다. 2010년 대검찰청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장을 지냈고, 2012년부터는 주요 치안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경찰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학부교육 위기 등 해결할 문제 산적
차기 총장에 내정된 성 교수의 가장 큰 과제는 ‘학부교육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서울대는 최근 입학생들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공계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성취도 측정 결과 기초소양이 부족해 영어·수학 교양과목을 들을 수 없는 학생 비율이 19%에 달했다. 2011년 11.3%보다 크게 증가했다. 교수들은 “과학고 등 특목고 출신과 기회균형전형 등으로 들어온 일반고 출신의 격차가 커 한 강의실에서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이라고 말할 정도다.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한 탓에 학부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도 성 교수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올해 1학기 서울대의 비전임교원(시간강사 등)의 강의 담당 비율은 42.5%에 육박했다. 교수들이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을 쓸 수 있도록 강의 부담을 줄여준 결과 비전임교원이 크게 늘어난 게 이유다.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은 “교수에게 외면당한 우리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학점관리 등 ‘스펙’ 쌓기에 내몰렸다”고 토로했다.
성 교수는 학부교육 혁신 방안으로 기초교양 교육을 담당하는 기초교육원 조직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신입생 기초학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과 수준별 기초교양 과정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대학 순위 50위권에 머물고 있는 서울대의 도약을 위한 재원확충도 성 교수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와 함께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과 함께 불거진 ‘서울대 폐지’ 논란 △2기에 접어든 법인의 안정적 운영과 자율성 확보 △불투명한 시흥캠퍼스 청사진 마련 △음악대학 성악과 성추문 파문에 따른 교수윤리 확립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또 총추위 평가에서 가장 많은 지지로 1위를 차지했던 오 교수를 이사회가 뽑지 않은 것에 대한 평의원회·교수협의회 등의 반발을 적절히 포용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성 교수는 이와 관련, “어려운 현안들이 있지만 각계각층에 협조를 구해 조화롭게 잘 해결하겠다”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성낙인 신임 총장은
△1950년 경남 창녕
△경기고
△1973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7년 프랑스 파리2대학 법학박사
△ (전)한국공법학회장
△ (전)국회공직자윤리위원장
△(현)서울대 법대 교수
△ (현)경찰위원장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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