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길 기자 ] ‘증권계좌 임시 대여로 자녀 학비 및 가계대출 걱정 끝. 월 500만원 이상 보장합니다.’
직장인 서모씨(33)는 19일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서씨는 “호기심에 상담자와 통화했는데 사용료를 나중에 입금하겠다는 말이 수상해 바로 끊었다”고 말했다.
증권계좌만 빌려주면 매달 현금을 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범죄 수익금을 빼돌리기 위한 은행 대포통장 거래가 증권계좌로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보이스피싱 사기꾼은 증권계좌를 한두 차례 사용한 뒤 약속했던 ‘사용료’를 주지 않고 잠적하기 일쑤다. 이들은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만 받는다고 한다.
계좌 양도나 대여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빌린 사람뿐만 아니라 빌려준 사람도 민·형사 처벌과 함께 장기간 금융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반대로 범죄단체들이 선물·옵션 계좌를 빌려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행위도 늘고 있다. 선물·옵션에 투자하기 위해선 기본 예탁금 1500만원이 필요한데, 예탁금을 미리 납부한 계좌를 만든 뒤 일반 투자자에게 사용료를 받고 빌려주는 식이다.
김중흥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지원부 차장은 “불법 계좌대여 업체들이 순식간에 생겼다 사라지기 때문에 잡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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