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장미의 도시' 으스파르타 지역 가보니
100만송이로 오일 1㎏ 추출
생산량 95% 美·獨·英 등 수출
샤넬 등 화장품社가 주 고객
[ 강영연 기자 ] “전 세계 장미오일 가격이 이 책상에서 정해집니다.”
지난 18일 터키 서부 으스파르타에 있는 귤빌릭(gulbirlik) 본사에서 만난 하산 셀릭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책상을 가리키며 “우리가 시장상황을 파악해 장미오일의 적정 가격을 정하면 터키와 불가리아 등 주요 생산국 회사들이 이보다 낮은 판매가격을 매긴다”고 말했다. 귤빌릭의 장미오일 가격이 전 세계 벤치마크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장미의 도시’로 불리는 으스파르타는 세계 1위 장미오일 생산지다. 전 세계 공급량의 65%를 차지한다. 귤빌릭은 으스파르타 지역의 농부 8500명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회사다. 귤빌릭의 한 해 생산량은 평균 6000여이다. 2위 생산국인 불가리아의 전체 생산량(5000)을 뛰어넘는다.
○세계 최고의 장미오일 생산지
회사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방문한 장미오일 생산 공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보일러, 추출기, 가열용 통 등 높이가 3m가 넘는 정제시설이 4개 이상 설치돼 있었다. 관리직원은 6명.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면서 생산량이 늘고 비용은 줄었다고 현장직원은 설명했다. 1500㎏의 물이 담긴 통 안에 장미꽃 400㎏을 넣어 가열한 뒤 발생하는 수증기를 모아 오일과 물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장미오일을 생산한다. 100만송이 장미꽃(3~5)이 들어가야 1㎏의 오일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추출되는 양은 매우 적다. 그만큼 비싸다. 지난해 귤빌릭이 생산한 장미오일은 ㎏당 7500유로(약 1042만원)에 팔렸다. 으스파르타에서는 100% 장미오일이 소매가격으로 g당 30리라(약 1만5000원) 정도에 판매된다.
귤빌릭이 생산하는 장미오일은 고급 향수, 화장품 등의 필수 원료로 쓰인다. 장미오일을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은 향의 지속 정도가 다르고 장미오일을 넣으면 10시간 이상 향이 지속된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으스파르타 지역에선 ‘로즈다마세나’라는 한 종류의 장미만 재배하는데 이 장미는 다른 품종보다 3~4배 향이 강하다. 기후와 토양도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셀릭 CEO는 “비슷한 환경에선 자란 장미는 향이 비슷하다”며 “으스파르타의 경우 800~1400m의 다양한 고도, 150~200㎞ 반경의 넓은 지역에서 장미를 재배하기 때문에 한 방울에서도 100가지 이상의 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도가 높아 장미 수확기간이 긴 것도 이 지역이 전 세계 장미오일의 대표산지가 된 이유 중 하나다.
○유럽을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
터키 오일의 95%는 미국, 스웨덴, 독일, 영국, 일본, 캐나다 등으로 수출된다. 샤넬, 겐조, 시세이도, 크리스찬디올, 러쉬 등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들이 주요 고객이다.
귤빌릭은 2005년부터 ‘로젠스’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화장품도 직접 만들고 있다. 이 회사 제품 중 베스트셀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50만병 이상이 판매된 장미수다. 셀릭 CEO는 “장미오일을 희석하지 않은 원액 상태로 피부에 바르면 오히려 피부가 상할 수 있다”며 “노화 방지와 주름 개선이 목적이라면 장미수를 바르거나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한국 기업에 샘플을 보내는 등 협력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으스파르타(터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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