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영 기자 ] 태국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민간 정부로의 정권 이양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달 22일 쿠데타 후 시위와 폭력 사태는 거의 사라져 군정은 치안 확보에 성공했다. 하지만 군부는 ‘내년 하반기 총선 실시’라는 계획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민정 이양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쿠데타를 주도한 프라윳 찬 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최근 이르면 오는 8월, 늦어도 9월 초엔 과도정부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평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일이 급선무”라며 “선거는 내년 8월께나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군부가 친탁신 진영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선거제도와 권력구도를 재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친탁신 진영이 승리한 만큼 선거로 뽑는 하원의원 수를 줄이거나 권한을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치안 상황은 개선됐다. 군부의 대대적인 반대파 소탕과 언론 검열, 시위 및 집회 금지에 따른 것이다. 군부는 쿠데타 직후 전 정부 인사들과 친탁신 진영인 ‘레드셔츠’ 운동가, 학자, 언론인 등 400명가량을 소환했다. 일부는 계엄령 위반으로 군법재판소에 넘겼다. 탁신 전 총리에게는 정치 개입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탁신의 지지기반인 농민과 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도 잇따라 내놓았다. 그동안 쌀값을 받지 못한 농민 8만여명에게 수매대금 550억바트(약 1조7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태국인들이 브라질 월드컵 전 경기를 지상파 방송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조치했다. 연료가격 상한제, 주요 생필품 가격 동결 등도 시행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건설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군부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갖다 쓰고 있다”며 “이는 경제를 더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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