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는 취업문] 하반기 금융사 취업 '바늘구멍'

입력 2014-06-23 21:02  

하나·기업銀, 작년 절반 수준…증권사는 채용계획도 못잡아


[ 김일규/박종서/이지훈 기자 ] 금융권 고용 한파가 채용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금융회사가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작년의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일부는 아예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 취업준비생들은 비상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공채로 180명을 뽑았던 농협은행은 올해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채용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100명과 200명 안팎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이 올해 상반기 아예 채용을 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연간 채용 규모는 각각 지난해 200여명과 400여명의 절반 수준에 그치게 된다.

국책은행들도 채용 규모를 줄일 방침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각각 70명과 4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축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은행 안팎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채용 인원(57명)에 비해 절반가량 축소된 35명만 뽑는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거나 진행 중인 보험업계는 채용 계획을 잡지도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한화생명은 지난 4월 각각 1000여명과 300명 안팎을 희망퇴직 등 형태로 감축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대규모로 직원을 줄이고 있는 마당에 새로 사람을 뽑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손해보험사도 채용 규모가 절반 안팎으로 축소된다. 지난해 하반기 49명을 채용했던 MG손해보험은 올해 채용 예정 인원을 20명으로 줄였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하반기 19명에서 올 하반기 10명으로 줄인다.

올 들어 잇따라 구조조정을 한 증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각각 70명과 31명을 채용했던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채용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경영 환경에 따라 채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채용 한파는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지난해 하반기 60명을 뽑았으나 올해는 아예 채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급여와 안정성 면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라며 “좋은 일자리가 대폭 축소됨에 따라 올 하반기 구직난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일규/박종서/이지훈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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