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수출·일자리창출 기여"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미국에서 수출입은행의 존폐가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미 공화당의 ‘2인자’ 자리인 하원 원내대표에 선출된 케빈 매카시 의원이 지난 22일 “수출입은행을 재인가하는 법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자 백악관이 다음날 “수출입은행은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매카시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 수출입은행은 1934년 연방정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 수출입 기업에 낮은 이자로 자금을 대출해 무역을 증진하고, 외국 정부에 장기 차관을 제공하는 게 주 업무다. 설립 당시 5년간 한시적으로 유지하도록 했으나 기한이 끝날 때마다 의회가 재인가 법안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유지됐다.
오는 9월 인가 만료를 앞둔 수출입은행의 재인가 법안에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 지도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수출입은행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매카시 의원은 “민간이 할 수 있는데 왜 정부가 나서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공화당 내 일부 강경 보수파 의원도 “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출입은행 직원 4명이 대출을 빌미로 뇌물과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점도 수출입은행 폐쇄여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매카시 차기 원내대표의 지지 없이는 수출입은행의 재인가 법안이 통과되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은행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수출입은행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초당파적인 재인가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매카시 의원에 대해선 “자유주의자 신봉자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수출입은행이 미 경제에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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