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직원이 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허위 수출채권을 매입하는 바람에 은행에 약 1200만 달러(약 120억원)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출을 하지 않은 기업이 허위로 만든 수출채권을 매입했다가 해당 기업이 부도처리되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감사원이 25일 발표한 ‘수출입 및 해외투자 금융 지원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은행 직원 A씨는 2012년 5~12월 B사의 수출채권 420건을 매입하면서 수출계약서 원본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A씨는 수출채권을 매입할 때는 수출계약서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계약서 없이 거래를 했다는 B사의 말을 믿고 수출계약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A씨는 또 산업송장이나 선하증권(B/L) 등 선적 서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A씨가 업체로부터 제출받아 검토한 420건의 B/L에는 발행번호 누락 41건, 발행인 서명 385건, 발행번호 중복 112건 등의 하자가 있었다”며 “A씨가 관련 서류를 읽어보기만 했어도 허위 서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B사는 부도처리됐고, 기업은행은 2012년 12월 만기가 도래한 수출채권 137건의 매입대금 980여만 달러를 받지 못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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