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 스마트폰] HD급 최신 스마트폰인데…'거꾸로 가는' DMB 화질?

입력 2014-06-26 07:01  

흐릿한 월드컵 중계 방송
축구공 따라잡기 어렵고 선수 등번호 알아볼 수 없어



[ 김민성 기자 ] "스마트폰 화질은 좋아지는데 DMB는 점점 안 좋아지네요."

브라질 월드컵 경기가 한창인 요즘 최신 스마트폰 구매자인 직장인 유모씨(37)의 불만이다. 스마트폰 화질이 HD급 이상으로 진화하면서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이하 DMB)’ 저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아침 출근 시간 월드컵 경기가 이어지면서 화질 개선 요구도 거세다. 첫 쿼드HD 글로벌 상용화 제품인 LG ‘G3’에 이어 삼성전자 ‘갤럭시S 5’, 팬택 ‘베가 아이언2’ 등 고화질 스마트폰은 쏟아지고 있지만 DMB 화질은 되레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추락한 탓이다.

이들 주요 최신 스마트폰에서 DMB를 켜보면 22명 선수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축구 경기의 생생함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경기장 전체 화면을 잡을 때 공의 위치는 눈으로 따라잡기 쉽지 않을 만큼 흐리다. 화면 좌측 상단에 표기된 출전 국가명과 점수도 읽을 수 없다. 클로즈업 화면이 아닌 이상 양팀 선수 등번호는 알아볼 수 없어 유니폼색 차이로 양 진영을 구별하는 수준이다.

이는 최신 스마트폰 화면이 5인치대로 커지고, 해상도가 풀HD 이상 고화질로 진화한 데 따른 부작용이다. 고해상도 대화면에서 DMB 화소 비율은 상대적으로 점점 나빠지기 때문이다. 화질은 작은 화면 공간에 더 많은 화소(픽셀)를 구현할수록 선명하다. 하지만 DMB는 가뜩이나 낮은 해상도를 고픽셀·대화면 공간에 뿌리는 탓에 세밀함이 떨어진다.

LG전자 ‘G3’의 경우 5.5인치 대화면에 쿼드HD 화질을 자랑한다. 가로줄에 2560개, 세로줄에 1440개 픽셀이 박혀 있다. 5.5인치 화면에 약 369만개 화소가 빼곡히 박혀 있는 셈이다. HD(1280×720)의 4배, 풀HD(1920×1080)의 2배에 이르는 해상도다. 반면 DMB 해상도는 수년째 쿼터 비디오 그래픽스 어레이(QVGA·320×240) 수준에 묶여 있다. 기본적으로 송출되는 해상도가 8만 화소에 불과하다. ‘G3’ 대비 화소수는 50분의 1 수준으로 초라하다. 삼성전자 ‘갤럭시S 5’ 디스플레이는 5.1인치 풀HD 슈퍼 아몰레드(1920×1080). 5.1인치 공간에 약 207만개 화소가 박혀 있다. DMB 해상도 비는 2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팬택 ‘베가 아이언2’는 ‘갤럭시S 5’와 같은 풀HD 슈퍼 아몰레드(1920×1080) 디스플레이. 5.3인치로 ‘갤럭시S 5’보다 0.2인치 크다. 약 207만개 화소가 더 넓은 화면에 나뉘어 있다. ‘갤럭시S 5’보다 DMB 선명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장인 김모씨(34)는 “지상파 DMB 시청은 공짜라 아쉬운 대로 보고 있다”면서도 “고가 스마트폰 부가 기능이라고 하기에는 품질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DMB 기능은 그간 국산 스마트폰만의 강점으로 각광받아 왔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의 프로야구도 중계하기 때문에 특히 중·장년층에 인기다. 지난해 한국광고주협회가 ‘스마트폰 내 실시간 방송 시청 경로’ 1위가 지상파 DMB였을 정도다. DMB 업계도 시청자 불만을 의식해 송출 화질을 표준해상도(SD·640×480)급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해상도 스마트폰에 맞춰 DMB 화질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시청자 이탈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일반화하면서 선명한 스포츠 중계 화질을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에 시청자를 빼앗기는 실정이다.

SD급 DMB 영상을 보는 데도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DMB 사업자는 고해상도 모바일 방송을 송출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새 주파수부터 할당받아야 한다. 주파수를 할당받더라도 스마트폰 제조사와 디코더 기술 및 수신율 안정화 등 추가 작업을 벌여야 한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DMB 화질은 사업자가 송출하는 규격으로 재생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화질을 끌어올리고 싶지만 먼저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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