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잘못 반영…한파 영향 예상보다 커
시장에선 이미 예상…2분기 전망은 낙관적
[ 뉴욕=유창재 기자 ] ‘+0.1%→-1.0%→-2.9%.’
미국 상무부가 석 달에 걸쳐 발표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즉 1분기 경제성장률이다. 지난 4월 발표한 잠정치에서 5월 수정치를 거쳐 25일(현지시간) 내놓은 확정치까지 미국의 1분기 GDP는 0.1% 증가에서 2.9% 위축으로 무려 3.0%포인트나 하향 조정됐다. GDP 증가율이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최종 집계되자 “끔찍한 숫자”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오히려 각각 0.29%, 0.49% 오른 채 장을 마쳤다. GDP 통계는 왜 이렇게 큰 폭으로 수정됐으며 시장은 왜 ‘끔찍한’ 경제성장률에도 반응하지 않은 걸까.
○美상무부 경제분석국의 잘못된 가정
미국의 1분기 GDP 확정치가 잠정치와 수정치에 비해 크게 하향 수정된 데는 GDP 통계를 담당하는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오바마 케어’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잘못 계산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바마 케어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건강보험개혁법으로, 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보험 가입이 늘면서 의료비 지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무부도 이런 가정에 따라 1분기 의료비 지출이 9.1% 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GDP 잠정치와 수정치에 반영했다.
하지만 이달 초 나온 실제 숫자는 예상과 크게 달랐다. 의료비 지출이 오히려 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분석국에서 GDP 통계를 담당하는 니콜 메이어하우저는 “연초부터 시작된 오바마케어 때문에 이번 의료비 지출 예측은 독특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우리가 너무 강한 가정을 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케어가 의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오바마케어 건강보험거래소(민간보험사 건강보험상품을 모아놓은 일종의 온라인 양판점) 가입자 수가 800만명에 달하지만 이들이 과거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보험 가입자가 단순히 오바마케어 상품으로 갈아탄 것이라면 의료비 지출 증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의료비 지출 이외에 소비 지출, 기업 투자 등 GDP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이번에 추가로 하향 조정됐다. 북극성 한파 영향이 생각보다 더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 증가율은 3.1%에서 1%로 줄었다.
○1분기 GDP는 통계 아웃라이어
지난 1분기 기록한 2.9%의 GDP 감소율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9년 1분기 감소율(5.4%) 이후 최대다. 그럼에도 시장은 개의치 않고 있다. 벌써 3개월이나 지난 일인 데다 최근 경제지표가 뚜렷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짐 오설리번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GDP 숫자는 경기침체와 같은 수준이지만 최근 여러 경제 지표를 볼 때 분명 아웃라이어(통계 표본 중 평균을 크게 벗어나는 관측치)”라고 설명했다. 북극성 한파로 소비, 무역 등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돼 생긴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 봄이 되고 날씨가 풀리면서 고용, 주택, 소비시장이 모두 빠르게 개선되는 분위기다. 주택 수리, 부동산 수수료 등 주택 관련 지출이 1분기 4.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 지표를 보면 주택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신규주택 판매건수는 50만4000건으로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일자리수는 21만7000개 늘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GDP가 전분기 대비 2.9% 이상 줄어든 경우는 15차례 있었으며, 이 중 14번은 고용도 함께 위축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역시 1분기의 급격한 GDP 감소가 이례적 현상이었다는 뜻이다. 주요 금융회사들은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3%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는 3.3%의 성장률 추정치를 내놨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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