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사람 뽑기보다
'자리'가 원하는 사람 등용을
적소(適所)에 적재(適材)를 배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요즈음이다. 국무총리 인선에 관한 얘기다. 예기치 않은 국가적 대참사를 겪은 정부는 어수선한 정국의 국면 전환을 위해 인적쇄신의 방점으로서 국무총리를 경질하고자 했다.
현 총리의 사직 표명 후 총체적 난국이라는 이 시기를 슬기롭게 주도할 인재를 찾는다고 했다. 그리고 소위 국민검사로 일컬어지던 분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하지만 1주일 만에 그는 스스로 사퇴했다. 향후 자신이 중점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부문에서 과도한 수혜를 누려온 중대한 흠결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황한 정부는 새로운 후보자를 물색하면서 그를 낙마케했던 도덕적 흠결을 검증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후보를 지명했다. 하지만 지명 하루 만에 그가 가진 역사관, 종교관, 이데올로기 등이 시대가 요청하는 총리감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과거 그의 행적은 물론 지명 후 그가 보인 태도에 여론이 등을 돌리고 만 것이다. 결국 그 마저도 총리 내정 14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한 번도 아니고 자주 벌어질까. 총리 임명을 둘러싼 실패에는 어떤 오류가 있었을까. 우리 기업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지 않을까.
두 번의 국무총리 임명에서 가장 큰 오류는 적소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소에 대한 정의는 명문화된 역할과 책임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 ‘상황’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명문만으로는 처해진 상황을 즉각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국무총리직의 상황이 반영된 정의는 힐링형, 화합형, 개혁형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두 번 모두 오로지 개혁형으로만 정의했다. 적소에 대한 정의가 현실에 맞지 않다 보니 사람을 찾기 전부터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기업의 인사에서도 적재를 찾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적소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단지 명문화된 역할과 책임에만 국한해서는 안되고 ‘작금의 상황’을 감안한 정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오류는 그 직이 수행될 때의 객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직의 수행 상 첫 번째 객체는 국무위원을 필두로 한 공무원이다. 하지만 그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민은 물론 외교관계의 다른 나라도 포함된다. 내각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임명에서는 총리직 수행의 객체를 지나치게 한정적으로 규정했다. 단지 공무원으로만 제한하고 국민이나 외교관계의 다른 나라를 객체로 감안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물색하던 적재의 범위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은 물론 외교상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리드할 인물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사가 선택된 것이다. 우리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당 직에 맞는 적재를 찾기 위해서는 그 직의 수행상 객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 후 그에 맞는 인재를 범주화해야 한다. 리더는 리드해야 할 객체가 전제로서 존재하고, 그들의 실행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달성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중요한 오류는 검증에 있다. 검증에서 중요한 것은 단계나 소요시간, 혹은 채널의 가짓수가 아니다. 무엇을 검증할 것인가가 우선이다. 적재인지를 검증한다는 것은 그가 과거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를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행동에 재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은 그가 동일 혹은 유사한 상황에서 일반 사람보다 성범죄를 저지를 재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그 직을 수행하면서 어떤 행동과 역량을 발휘할 것인가는 그의 과거가 답을 해준다. 그것은 청문회에서 수 백마디 말보다 신뢰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이번 두 번의 총리후보 선정에서는 이런 과거 행동에 대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에서 인사를 할 때 그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관련하여 과거 그가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를 봐야 한다. 그것이 바로 CBBS(Competency-based behavioral screening), 즉 필요한 역량에 기반하여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국무총리 인선으로 정국이 여전히 시끄럽다. 적소에 적재를 임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보다 ‘자리’가 원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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