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9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은 총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역대 영화 흥행 순위에서도 당당히 상위권에 랭크됐다. 일본의 인기 만화 ‘나루토’는 단행본 판매, 게임 및 캐릭터 상품 사업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위 두 작품의 공통점은 애니메이션을 한국인 스태프가 제작했다는 것이다. 비단 이 작품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히트작이 한국인 애니메이터의 손을 거치고 있다.
그렇다. 현재는 디즈니와 일본만화에 점령당하다시피 했지만, 본래 한국은 수많은 인재를 탄생시킨 ‘만화가’ 강국이다. 그러나 ‘공부에 유해매체’라는 부정적인 인식 탓에 만화는 항상 배척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만화를 꼬마들이나 보는 유치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만화는 제대로 된 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소비하는 사람이 없으니 자연히 만화산업은 쇠퇴했고, 젊고 재능 있는 만화가들은 일찌감치 일본이나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그러나 소수 뚝심 있는 만화가들의 꾸준한 노력과 인터넷 발달로 대한민국 만화계는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뽀로로’가 세계 키즈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등극했고,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만화를 제공하여 10대, 20대들에게 ‘웹툰’ 열풍을 일으켰다.
웹툰은 신기술 도입 덕분에 무궁무진한 시장을 창출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은 그 예다.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공원에서 만화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걸어다니면서 만화를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컴퓨터 기술은 더 많은 만화를 실사영화와 비슷한 생동감을 주고 있다. 만화인지, 실제인물을 만화화 한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만화의 내용도 이제 명작소설을 능가할 정도로 탄탄하다. 작가군이 넓어진 덕분이다. 주제만 좋다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디즈니에게 다시 찾아온 황금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직 세계 만화 시장에는 무한한 수익 가능성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만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만화가들의 노력도 중요하겠으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문화산업에 대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국 영화처럼, 빌보드에 이름을 알린 싸이처럼, 전 세계에 한국 만화가 널리 알려질 날을 기대해본다.
만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능한 한 규제를 줄이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 지원금은 항상 규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는 만화가 창의적이기는 힘들다. 만화시장도 세계시장에선 경쟁적이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원이다.
이인석 생글기자(삼천포고 3년) karanism@naver.com
열린 마음으로 보는 다문화 가정
GYSD(Global Youth Service Day·세계 청소년 자원봉사의 날)는 매년 4월 전 세계적으로 개최되는 행사이다. 1988년 시작되어 현재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오래된 청소년 중심의 봉사 관련 행사다. 해마다 120여개의 국가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GYSD의 주제는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자원봉사활동’이었다. 필자가 활동하는 청소년 외국어 봉사동아리에서는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 중 하나인 다문화가정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다문화 인식 개선 캠페인’을 소주제로 GYSD에 참여하였다.
봉사단원들을 4개의 조로 나눠 5월 한 달간 회의와 준비를 거쳐 주말 동안 보라매공원과 시청 및 잠실에서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캠페인을 하기 위해 다문화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다문화가정 학생 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8년 0.26%이던 다문화가정 학생의 비율이 2012년에는 0.7%로 늘었고 올해는 1%를 넘길 전망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고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다문화에 관한 편견이 없다고 말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차별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조금 다른 사람이 지나가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캠페인 당일 날 필자가 맡았던 활동은 다문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 후 사람들에게 ‘다문화는( )이다’의 빈칸을 채워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다문화에 대해 열린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빈칸에 친구, 이웃, 새로운 가족 등 긍정적인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무관심, 불편함 등의 부정적인 말을 적은 사람들도 조금 있었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중에서는 다문화가 무엇인지조차 모르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래도 이러한 사람들에게 다문화에 대해 알려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까지는 완전히 열려있지 못한 것 같다. 영국 프로축구팀 첼시는 영국팀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국적 이외의 외국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국적이나 혈통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을 기준으로 팀을 개방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력만 있으면 누구든 영입한다는 게 첼시의 스카우트 모토다. 개방이 강한 문화를 만든다. 은연중에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이질감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박민경 생글기자(목일중 3년) pmk321@naver.com
영어지상주의는 이제 그만
당신은 ‘ㅌ’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서울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절반이 넘는 시민들이 ‘ㅌ’을 영어 알파벳 ‘E’라고 대답했다. 소중한 우리말 ‘ㅌ’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물론 국제어로서 영어가 통용되고 있고, 세계화 시대 현대인들에게 영어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외국어인 영어보다는 모국어인 한글이 더 중요시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나라 국민들만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모국어도 완전히 깨우치지도 못한 어린 나이부터 취업, 은퇴 할 때까지 거의 반평생 영어를 배우고 시험치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에서 절반이 넘는 시민들이 ‘ㅌ’을 보고 한글보다 알파벳이 먼저 떠오른 사건이 부끄럽게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일제 식민지 지배 아래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모국어가 위험해 처해진 상황이 있었다. 그때는 일본이 강제적으로 자신들의 언어를 강요하고 한글을 탄압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조들은 당신들의 다음 세대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한글을 지켜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자발적으로, 그 소중한 한글을 경외시하고 영어를 지나치게 중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한글보다 영어가 중요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국가, 국민 모두 심각하게 여기고 이를 타파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나 의식적으로 모두 노력해야 한다.
물론 반론도 있을 것이다. 영어는 특정국가의 언어가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영어에도 종류가 많다는 말이 있다. 영국영어, 미국영어, 인도영어, 필리핀영어 등이 그것이다. 그만큼 영어는 문화와 역사, 인종이 다른 세계 각국을 연결하는 언어반열에 올랐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평생 쓰게 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어릴 때부터 영어를 제2의 모국어 정도의 수준으로 가르치는 게 어떠냐는 주장도 있다. 이왕 배울 것이라면 국가가 책임지고 가르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우리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영어를 배우고도 회화를 자유자재로 하지 못하는 현실은 한심하다. 죽은 영어를 배운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학교는 학교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많은 재원을 영어를 배우는 데 쓴다. 이에 대한 대책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지나친 투자는 자칫 모국어의 변질을 가져오기 십상이다. 어법이나 어휘가 벌써 영어화됐다는 우려는 많다. 심지어 대학 논술시험에서도 지문이 한국어법이 아닌 영어식 어법으로 출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도록 하는 국어교육이 절실하다.
송치원 생글기자(포항제철고 3년) cldnjsd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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