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상품은 대체로 경기가 좋아야 가격이 오른다. 반대로 채권과 금은 경기가 나쁠 때 강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런 투자대상이 동시에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WSJ는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로 대표되는 경기부양책을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낙관이 이런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급격하게 가격이 떨어졌던 채권 및 금에 반발 매수가 들어온 결과로 보기도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최근 글로벌 시장의 몇몇 징후들은 위험 경고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WSJ는 무차별 가격상승, 거래량 감소, 변동성 축소 현상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이 가격 변곡점에서 나타나는 징후들로 마치 롤러코스터가 급경사로 곤두박질치기 전, 서서히 속도를 늦추며 고점에 진입하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급변하며 큰 조정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걱정되는 것은 한국 시장이다. 동반 상승 랠리를 보인 글로벌 지수들과 달리 코스피지수는 올 상반기에 전년 말 대비 1% 넘게 하락했다. 회사채 시장도 뒤숭숭하다. 한국 대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조작 파문까지 터졌다. 신흥국 펀드나 비우량 단기채권 등 고위험 상품에 시중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도 실물도 어렵다. 투자 내수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5월 광공업생산은 2008년 금융위기 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물·금융시장 모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나 국회 모두 정치에만 온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지금 경제는 누가 쳐다보기라도 하나.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