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종 기자 ] ‘데이터 국지화’ 규제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포인트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 국지화란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를 해당 국가 내에서만 저장·사용하도록 하는 규제다.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국내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외국 서버에 저장하는 데 제약이 있다.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는 29일 데이터 국지화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경제 전 분야에 걸쳐 데이터 국지화가 진행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금액으로는 130억달러(약 13조2000억원) 규모다.
데이터 국지화는 기업의 해외 진출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마다 데이터센터를 따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서비스 생산비용도 늘어난다. 떨어진 기업 경쟁력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데이터 국지화는 보안 강화가 목적이다.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데이터 감시활동이 폭로된 이후 세계적으로 데이터 국지화가 미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자국 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이는 보안과 경제 활성화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오인사격’이라는 것이 ECIPE의 지적이다.
버트 베르셸드 ECIPE 디지털 정책 연구원은 “데이터는 인터넷을 타고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어느 한곳에 묶어둔다고 해서 보안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여러 나라에 분산돼야 할 데이터가 한곳으로 집중되면서 범죄자의 사이버 공격을 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도 “1970~80년대였다면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겠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뿐”이라고 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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