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여름세일 '80% 할인' 행사장만 붐볐다

입력 2014-06-29 21:48  

세일 첫주말, 롯데·현대 등 매출 5~6% 신장
초특가 행사장만 몰리는 '불황형 소비'
한달간 계속…10억 경품 등으로 고객 잡기



[ 유승호/강진규/이현동 기자 ]
여름 정기세일 첫 일요일인 2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개장 직후부터 고객들로 붐볐다. 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선 사람도 100명가량 됐다. 이들이 주로 찾은 곳은 9층에 있는 ‘초특가’ 행사장이다. 이곳에서는 이월 의류 상품과 와인을 최대 80%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매대에서 ‘모조에스핀’ 원피스와 ‘에스까다’ 선글라스 등을 고르던 한혜정 씨(33)는 “평소 좋아하던 브랜드 상품을 생각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기회라 오전 일찍 백화점에 왔다”고 말했다.

반면 2~4층 여성복 매장과 5층 남성복 매장 등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들 매장에서는 노세일 신상품이나 할인율이 20~30%대로 상대적으로 낮은 세일상품을 판매한다. 1층 화장품 매장에는 가끔 고객이 몰렸지만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백화점들이 여름 정기세일을 맞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초특가 행사장 위주로만 고객이 몰리는 불황형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지난 27일부터 한 달간 장기 여름세일에 들어갔다. 백화점들은 이번 세일 기간 사상 최대 수준의 경품 행사를 열고 세일에 참여하는 업체 수와 할인 폭도 대폭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기준으로 지난 27일과 28일 매출이 지난해 여름 세일 첫 이틀보다 6.7% 늘었다. 대현 아이올리 등 여성 의류를 최대 70~80% 할인 판매하는 등 세일 첫 주말에 대형 행사를 집중시킨 것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1등에게 10억원을 지급하는 경품 행사에는 27~28일 본점에서만 5000여명이 응모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여름세일 첫 이틀간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9% 늘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27일부터 29일까지 무역센터점에서 마크제이콥스, 라꼴렉시옹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의류를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등 첫 주말 영업에 집중했다.

백화점들이 여름세일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연초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소비 심리가 세월호 참사 등의 영향으로 다시 꺾이면서 매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기존 점포 매출은 지난 1~2월 전년 동기보다 5.7% 늘었지만 3월부터는 2~3%대 증가에 그치고 있다.

여름세일의 출발은 비교적 좋았지만 이런 추세가 세일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첫 주말 매출 호조도 주로 초특가 행사에 힘입은 것이기 때문이다. 조민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해외패션 담당은 “초특가 행사장이 아닌 일반 세일 매장을 방문한 손님은 여느 세일 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세일 둘째주에도 다양한 판촉활동을 벌인다. 롯데는 ‘스페셜 금액권’을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다음달 6일까지 추가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의류·잡화를 30만원 이상 구매하면 3만원, 50만원 이상 구매하면 5만원을 할인해 준다. 신세계는 7월6일까지 신세계카드로 2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독일 생활용품 브랜드 라이젠탈의 피크닉 가방을 주고 8월15일까지 신세계 씨티카드로 1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겐 해운대 프라이빗 비치 이용권을 지급한다. 현대는 세일 때는 잘 하지 않는 상품권 지급 행사를 다음달 13일까지 수도권 8개 점포에서 진행한다.

유승호/강진규/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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