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문화 정착·15년 무사고 기록 달성
[ 최유리 기자 ] "벨트 풀어! 일어나 나와! 짐 버려!"
비행기가 비상 착륙하자 승객들을 출입문 앞으로 대기시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며 승무원들은 얼굴에서 미소를 거뒀다. 공손한 말투는 긴박한 외침으로 바뀌었다. 하늘 위 '미소 천사'가 승객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수호 천사'로 변하는 순간이다.
1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객실훈련원에선 승무원들의 훈련이 한창이었다. 비상 탈출부터 응급 처치, 화재 진압까지 비행 중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훈련은 실제 상황과 다름없이 이뤄졌다. 승객들은 없지만 승무원들은 비상시처럼 큰 목소리로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훈련 기간 동안 목이 쉬는 일도 다반사다.
문용주 대한항공 객실훈련원 상무는 "처음엔 승무원들이 실제처럼 연기하는 것을 멋쩍어하기도 한다" 며 "하지만 실제처럼 훈련해야 비상시에도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젠 항공기에서 지상으로 승객들을 인솔해야 할 차례. 강이나 바다 위에 비상 착륙하자 승무원들의 손길이 더 바빠졌다. 승무원은 모든 승객들을 구명 보트에 태우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탈출했다. 보트를 팔로 저어 안전한 지대로 옮기고 구조용 송신기를 작동시키는 것도 승무원 몫이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훈련을 위해 객실훈련원에는 대형 수영장, 모형 항공기, 응급처치 실습실 등이 마련됐다. 지하 2층, 지상 2층 높이에 연면적은 7695㎡에 달한다.
대한항공이 비상상황 훈련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1997년 괌 사고 이후 안전 운항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 운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며 "대한항공은 괌 사고 이후 15여 년 간 무사고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 사장은 무사고 기록을 이어온 비결로 안전 마인드를 철저히 재정비한 점을 꼽았다.
그는 "과거엔 안전에 문제가 있어 회항하는 것을 실력이 없는 조종사가 하는 일로 받아들였다면 요즘은 무리하게 착륙하는 것이 처벌받는 시스템" 이라며 "무슨 일이든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문화를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안전 운항 체계를 확립하면서 정비에 드는 비용은 늘었지만 항공 보험료는 줄었다. 대한항공은 한 해 항공기 정비에만 1조 원을 쓰고 있다. 회사가 연간 쓰는 비용이 11조 원임을 감안하면 정비에 들이는 공을 짐작할 수 있다.
대신 보험료는 과거와 비교해 10% 수준으로 줄었다. 2000년 항공보험료로 1억2000만 달러를 썼다면 올해는 1200만 달러를 지출했다. 괌 사고 이후 무사고 기록이 가져다 준 결과다.
김인규 대한항공 안전보안실장은 "기본적인 안전 시스템은 어느 항공사나 갖추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안전 문화" 라며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비행 트랙을 100% 모니터링하며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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