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책 혼선이 부른 소송대란

입력 2014-07-03 20:35   수정 2014-07-04 05:17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착수금 0원, 성공보수 20%. 구비서류는 자동차등록증 단 한 장입니다.”

지난달 26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자동차 연료소비효율(연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법무법인 예율이 집단소송을 하겠다며 인터넷카페에 내건 문구다. 당초 목표 모집인원은 2000명이었으나, 3일 오후 이미 2300여명이 접수를 마쳤다. 차종별 1인당 청구금액은 지프 그랜드체로키2013이 300만원, 코란도스포츠가 250만원, 싼타페 150만원 등이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연비를 속여 팔았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피해금액을 보상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기획소송’이라는 점이다. 기획소송이란 공익 목적도 있지만 중소형 로펌이나 무명 변호사들이 ‘승소하면 대박, 패소해도 홍보효과’를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송의 빌미를 준 건 다름 아닌 정부 부처 간 혼선이다.

아무 문제없이 정부 승인을 받고 차를 판매해오다 ‘법 위반자’로 몰린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자체 보상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반대로 해당 로펌이나 정부를 상대로 기업 이미지 추락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도 있다. 실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영국의 유명 청소기업체인 다이슨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가 얼마 후 돌연 취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이슨이 소송을 건 것만으로도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며 지난 2월 1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수입차 업계도 발끈하고 나섰다. 사전 승인 때는 ‘적합’ 판정을 했다가, 연비 논란을 겪으며 사후 검증에서 ‘부적합’ 판정을 한 산업부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우리는 판단 못하니 법원에 가서 물어보라’는 식의 정부 태도는 현실화됐다. 같은 정부인 국토부와 산업부는 한 법정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예고돼 있다. 시장에 혼란이 생기면 중재해야 할 정부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