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차량 공유 앱 '우버'는 디지털이 초래한 창조적 파괴의 상징

입력 2014-07-04 17:39  

세계의 택시 운전사들이 뿔났다.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우버(Uber)’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택시 운전사들이 파업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시위대가 우버 차량을 부수는 폭력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우버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 7월2일 한국경제신문

세계적으로 ‘우버(UBER)’ 논란이 거세다. 이달 초 런던 파리 베를린 로마 등 유럽 주요 대도시에서 택시 기사들이 ‘우버 반대’ 시위를 잇달아 벌였다. 도대체 우버가 무엇이길래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우버는 디지털 시대가 초래하는 창조적 파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미묘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우버는 고객이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이용해 차량을 부르면 일반인이 모는 고급 차량이 와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시대가 탄생시킨 새로운 서비스로, 일종의 자가용 콜택시로 보면 된다. 승객은 운전사를, 운전사는 승객의 평점을 매겨 나쁜 평점이 쌓이면 서비스 이용이 차단된다. 서비스의 질이 자연스럽게 향상돼 승객이나 운전사나 만족도가 높다.

세계적으로 우버 서비스가 시작된 건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다. 우버는 탄생한 지 불과 4년 만에 37개국 140여개 도시로 진출했다. 우버 서비스를 주 사업으로 하는 회사 우버는 급성장해 신생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우버는 현재 승객을 일반 택시와 연결해주는 ‘우버 택시’,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버 엑스’, 일종의 고급 콜택시인 ‘우버 블랙’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문제는 우버의 탄생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택시업계다. 택시 회사들은 사업 면허조차 없는 개인 소유 차량들이 세금도 내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면서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 면허증을 얻기까지는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버는 이렇게 힘들게 취득한 택시 면허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경우 택시 면허를 받으려면 최대 16만유로(약 2억2000만원)가 필요하다. 한국도 서울의 경우 6000만~7000만원에 개인택시 면허가 거래된다. 택시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나라마다 세부 규정은 다르지만 택시 운영 방식은 큰 틀에서 비슷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택시 요금을 규제하는 등 관리·감독하는 대신 면허발급을 통해 전체 택시 수를 조절한다. 또 렌터카 업체는 차와 운전사를 동시에 대여할 수 없다. 나아가 택시 면허 없이는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울 수 없도록 해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택시 공급을 조절해 택시 운전사들에게 최소한의 수입이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버 탄생으로 이런 택시 산업의 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우버 이용 고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버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고 있는 나이리 후다지안 씨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택시업계 파업은 거꾸로 생각하면 더 나은 교통수단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에 우버가 부응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전통적인 교통수단이 우버 등과의 경쟁을 통해 더 나은 환경으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버 측은 또 자신들은 승객과 운전사가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은 대중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며 반영하지 못하는 법은 낡은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우버는 ICT 발달로 탄생하는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 간의 충돌을 상징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탄생했을 때 기계의 존재를 둘러싼 논란과 비슷하다.

우버에 대한 판단은 나라별로 엇갈린다. 벨기에 법원은 우버에 대해 “허가받지 않은 택시영업”이라며 서비스 금지 명령을 내렸다. 반대로 미국 시카고 시의회는 “시민에게 편리한 교통편을 제공할 수 있다”며 우버를 인정했다. 생산자(택시업계) 입장에서 보느냐 소비자(택시 이용 고객) 입장에서 보느냐가 엇갈린 판결의 배경이다. 한국도 논란에서 예외는 아니다. 정식 택시 회사로 등록하지 않고 고급 렌터카 등을 이용해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는 지난해 8월 우버코리아를 설립해 우버 블랙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우버를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법기관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예전보다 비교가 되지 않게 빨라지면서 새로운 기술이 야기하는 창조적 파괴의 영향력도 훨씬 커졌다. 카카오톡이 금융서비스를 본격화할 경우 은행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산업에 종사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혁신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사회적인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도태되는 산업과 종사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또다른 규제' 기업 고용형태 공개정책…여론재판 우려

정부가 처음 시행한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가 나오면서 고용의 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942개 기업의 고용형태 공시를 취합한 결과 “전체 근로자 436만4000명 가운데 직접 고용 근로자는 348만6000명(79.9%), 파견·하도급·용역 등 간접 고용 근로자는 87만8000명(20.1%)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 7월2일 연합뉴스

기업 경영에 대한 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너무 많아 기업들의 투자와 기업가정신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많은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 보면 또다시 의욕을 꺾을 만한 제도가 시행됐다. 고용형태 공시제가 바로 그것이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정부가 기업의 채용에까지 관여하는 정책으로 고용의 질을 높인다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고용행태 공시제는 기업들이 매년 한 차례씩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2년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며 올해 처음 시행됐다. 공시를 해야 하는 대상은 상시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이다.

정부가 고용형태 공시제를 도입한 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업주들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시행 첫해인 올해 공시 대상 기업 2947곳 중 2942곳(99.8%)이 공시를 했다. 공시결과를 보면 평균 80% 정도가 직접고용 상태이며 나머지 20%는 간접고용이었다. 5명 중 1명꼴이다. 대기업일수록 간접고용이 많았다. 1000명 이상 대기업 근로자 5명 중 1명 이상(23%)은 간접고용 형태로 일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고용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기류다.

고용의 질 개선은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경기는 장기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가능성이 없지 않고 괜찮은 일자리는 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정규직을 강제해서가 아니라 기업들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마음대로 고용할 수 있을 때 늘어나는 법이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기업들에는 또 다른 규제고 짐이다. 일종의 반강제 여론재판쯤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면 이곳저곳서 공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으로선 두 사람을 쓸 걸 한 사람만 쓰고, 골치 아프게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차라리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게 속편할 것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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