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영국 '더 시티' 금융허브 탈환 선언…월가에 도전장

입력 2014-07-04 19:22  

[ 김보라 기자 ]
영국이 미국 월스트리트에 내준 세계 금융패권 1인자 자리를 되찾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중국과 이슬람을 경제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중국과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이슬람을 등에 업고 글로벌 금융허브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흔들리는 ‘100년 금융강국’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3월 ‘빅 애플(Big Apple)’이 ‘더 시티(The City)’ 자리를 넘겨받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100년 넘게 전 세계 금융패권을 장악해온 런던 금융가를 밀어내고 글로벌 금융센터 경쟁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영국계 컨설팅 그룹 ‘Z/Yen’이 세계 83개 주요 도시의 국제 금융경쟁력을 측정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처음으로 뉴욕이 런던을 제친 것이다. 조사 결과 런던은 투자금융 은행 보험 등 핵심 금융산업에서 뉴욕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금융인프라 평가도 인적자원, 사업환경, 기반여건 등에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 내 2위 금융 중심지인 에든버러는 2007년 전 세계 15위에서 올해 64위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런던이 세계의 금리와 금 시세를 결정하면서 100년 넘게 지켜온 글로벌 금융강국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영국 언론들은 런던이 뉴욕뿐 아니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벨기에 브뤼셀, 룩셈부르크 등과도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런던이 추락한 원인으로 각종 금융비리와 스캔들, 영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꼽았다. 런던 금융가는 2012년부터 연이어 터진 바클레이즈 은행의 리보(LIBOR·런던은행 간 거래금리) 조작과 HSBC의 마약자금 돈세탁,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이란 불법 거래, 금·은 가격조작설 등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위안화·이슬람 금융으로 명예회복 나서

영국 정부가 택한 돌파구는 위안화와 이슬람 자본이라는 두 개의 블루오션이다. 위안화 결제거래소를 통해 유럽 기업이 중국과 무역할 때 위안화로 직접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카드다. 유럽연합(EU)이 중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위안화를 직거래하는 공식 금융창구를 런던이 맡게 될 경우 엄청난 부가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를 얻은 셈이다. 유럽 첫 거래소 설립을 위해 물밑에서 구애작전을 벌여온 프랑크푸르트, 파리, 룩셈부르크를 제치고 런던을 낙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미 위안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다.

영국의 두 번째 카드는 이슬람 자본 유치다. 이를 본격화하기 위한 첫 행보가 이슬람 채권(수쿠크) 발행이다. 수쿠크 발행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쿠크는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자 대신 배당금이나 부동산 임대료 등의 형태로 수익을 돌려주는 채권. 지난달 25일 첫 수쿠크 입찰에는 당초 조달 목표액 2억파운드의 10배가 넘는 23억파운드의 투자금이 몰리면서 런던의 ‘흥행 능력’을 입증했다.

월스트리트와 정면 승부 시작

런던과 뉴욕 간 세계 금융패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런던증권거래소(LSE)가 27억달러를 들여 미국 투자자문사인 프랭크 러셀을 인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러셀은 미국 중소형주의 흐름을 나타내는 러셀 2000지수 등을 운영한다. S&P 다우존스, MSCI지수 등과 경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인수로 자체 지수를 확보한 LSE가 인덱스와 상장지수펀드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비에르 롤레 LSE 최고경영자(CEO)도 “미국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강화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뉴욕 월가가 미국이라는 거대 경제권을 든든한 후원군으로 둔 반면 영국은 EU 회원국과의 갈등으로 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최근 윈 비쇼프 전 로이드뱅킹그룹 CEO가 “영국이 EU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을 포기한다면 유럽 금융 수도로서의 모든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김보라 한국경제신문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