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말 양국 청년 마음에 새겨야"
최치원·김구·드라마 '별그대' 언급
40여분간 韓·中 '깊은 인연' 강조
한국어로 "사랑합니다"…26차례 박수
2015년 서울대생 100명 베이징 초청
[ 오형주 기자 ]
![](http://www.hankyung.com/photo/201407/2014070409641_AA.8856632.1.jpg)
“‘별에서 온 그대’ 같은 한류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큰 유행입니다. 이를 보고 즐기는 양국의 아름다운 청춘들이 중한친선의 충실한 계승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오전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국 드라마 ‘별그대’를 언급하자 500여명의 청중 사이에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또 2008년 쓰촨성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이촨고 교장에게 한국 목포에 있는 전남제일고에서 구호자금을 보내며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한 사례도 거론했다.
시 주석은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임진왜란 때 조선 편에서 싸운 명(明)의 진린(陳璘)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했으며, 그 후손(광동 진씨)은 아직 한국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양국이 20세기 초 일본 군국주의로 함께 고난을 겪었다며 “상하이의 임시정부청사와 윤봉길 의사 기념관, 시안의 광복군 표지석이 그 역사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중근 의사가 남긴 ‘젊은 시절을 소중히 여기라’는 당부를 양국 청년들이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위협론’은 일축했다. 시 주석은 “발전된 중국을 매서운 악마로 표현하는 시각이 있지만 21세기는 다른 국가를 희생시켜 발전하는 ‘제로섬 게임’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며 “(중국의) 발전 이득이 주변국에 미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핵과 관련, 시 주석은 “한반도의 핵무기를 반대한다”며 “남북이 힘을 합친다면 자주적 평화통일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해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서울대생들에 대한 ‘깜짝 선물’도 있었다. 시 주석은 “내년에 서울대생 100명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한·중 대학생 교류 캠프를 열겠다”고 밝혔다. 강연을 마친 시 주석은 청중의 환호에 한국어로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의 서울대 강연에선 26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의 강연을 직접 듣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한준 씨(전기공학부 4학년)는 “한시와 격언을 인용해 양국이 아시아의 큰 바다로 함께 나아가자고 표현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강민영 씨(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3학년)는 “평소 중국의 급부상에 우려가 있었다”며 “시 주석이 주변국의 염려를 솔직하게 인정한 만큼 중국이 겸손한 가운데 협력을 추구하는 대국이 될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강연이 열린 건물 주변엔 한 시간 전부터 수십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찾아와 ‘시진핑 형님은 가장 멋진 남신(男神),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제일 예쁜 여신(女神)’이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 주석 일행을 환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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