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협 "현행 법률 잘못"
법제처에 유권해석 의뢰…7월 중순께 결과 나와
기업 시간·비용부담 가중…"1년에 한 번이면 족해"
"미등기임원 공개 부작용 커" 전경련, 야당 입법안 반대
[ 이태명 기자 ] 경제계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기업 등기임원 개별 보수 공개’ 제도 수정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도입 초기부터 ‘기업인 망신주기’란 비판을 받았던 이 제도가 실제 시행되면서 기업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한국상장사협의회 주도로 등기임원 보수를 3개월마다 공개하도록 규정한 현행법률은 잘못됐다며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데 이어, 하반기 관련 법률 전면 재개정을 국회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별도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보수공개 대상을 미등기임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법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조만간 낼 예정이다.
○반격에 나선 재계
6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지난 5월20일 금융위원회를 통해 법제처에 ‘등기임원 개별 보수 공개’ 제도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등기임원 개별 보수 공개’ 제도는 상장기업 등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들의 개별보수를 공개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 5월 국회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이전까지 기업들은 등기임원들이 받는 보수총액과 1인당 평균 보수만 공개하면 됐는데 이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상장사협의회가 유권해석을 의뢰한 건 등기임원 개별보수를 1년에 한 차례가 아닌 3개월 단위로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이 제도가 도입됐을 때만 해도 1년에 한 차례씩 연봉을 공개하는 줄로 알았는데, 실제로는 분기·반기보고서를 낼 때도 공개해야 돼 기업들의 시간·비용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게 상장사협의회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법 개정을 하면서 공개시기와 관련한 문제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생긴 입법 미비”라며 “그러다 보니 상위 법률에선 3개월마다 받는 보수를 공개하도록 돼 있고, 하위 시행령에는 공개시기를 연간 단위로 규정하는 문제점도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장사협의회가 의뢰한 유권해석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통상 유권해석은 한 달 정도면 나오는데 쟁점이 있는 사안은 100일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만약 법제처가 ‘문제 있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리면 올 하반기 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전면 재개정 요구도 내놓기로
보수 공개 시기와 별도로 관련 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행 보수공개 제도가 ‘기업 총수와 전문경영인이 얼마의 연봉을 받는다’, ‘일반 직원의 몇 배를 더 받는다’는 식의 위화감만 조성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야당에서 개별보수 공개대상을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추가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향후 이런 부작용이 더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지난 4월8일 개별보수 공개대상에 기업의 모든 임원을 포함시키는 입법안을 발의했다. 이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이상훈 사장 등 4명의 등기임원 외에 1200여명에 달하는 임원 중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이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개별임원 보수는 기업의 경영기밀에 속하는 데다 현행 제도만으로도 위화감 및 질시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미등기임원 개별보수까지 공개하자는 건 과잉입법”이라며 “조만간 국회에 재계 차원의 반대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상장사협의회 고위 관계자는 “임원 보수공개의 취지는 경영실적이 나쁜 기업 경영인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걸 막자는 것”이라며 “이런 취지에 맞게 해당 기업 중 경영적자를 낸 기업에 한해서만 등기임원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대체 입법안을 국회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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