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대역 초당 7Gbps 속도 실현
가정 내 PC·스마트폰 고속 연결
넓은 공간선 와이파이로 전환 기술도
[ 김태훈 기자 ]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퀄컴이 ‘와이기그(WiGig)’ 기술을 개발하는 ‘윌로시티(Wilocity)’를 인수한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인수 대상 기업의 이름부터 관련 기술까지 낯설지만 매각 금액은 3억달러(약 3000억원)에 달하는 큰 거래였다.
와이기그는 아직 일반에 널리 사용되는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TV와 스마트폰 등 각종 기기를 연결할 차세대 무선통신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통신칩세트 분야 강자인 퀄컴이 거액을 들여 인수한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무선랜(WiFi·와이파이)보다 10배 빠른 초당 7기가비트(G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윌로시티는 2007년 이스라엘에서 창업했다. 와이기그로 통칭되는 ‘IEEE 802.11ad’ 초고속 무선통신 기술 표준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관련 칩세트도 만든다.
와이기그는 2.4기가헤르츠(㎓)와 5㎓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와이파이와 달리 60㎓ 대역의 고주파를 사용한다. 높은 주파수의 특성상 속도가 빠르면서도 이를 탑재한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디지털기기 사이를 강한 빔(beam) 신호로 연결해 데이터 속도를 높인다. 용량이 큰 4K 해상도 UHD(초고화질) 동영상도 무선으로 끊김 없이 전송할 수 있는 성능이다.
데이터 전송 거리가 짧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고주파의 특성상 전파의 직진 성격이 강해 중간에 벽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전송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와이기그 표준이 첫 등장한 것은 2009년 5월이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델, 파나소닉 등 글로벌 기업들이 ‘와이어리스 기가비트 얼라이언스’를 결성하고 관련 표준을 만들기 시작했다.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와이기그가 와이파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와이기그는 가정, 사무실 등 보통 10m 안팎의 공간에서 데이터를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 수백m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는 와이파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좁은 공간에서는 디지털기기 간에 데이터를 전송할 때는 와이기그를 사용하고 넓은 공간에서 인터넷을 연결할 때는 와이파이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술의 표준을 만드는 기관들도 이런 상호 보완성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힘을 합쳤다. 와이파이얼라리언스는 지난해 와이어리스 기가비트 얼라이언스를 통합하고 와이파이와 와이기그 기기에 대한 인증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사용자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좁은 공간에서는 고속의 와이기그를 사용하다 넓은 공간에서는 와이파이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며 “60㎓에서 5㎓, 2.4㎓ 주파수 대역으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이 지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내년 상반기 자사 이동통신 칩세트인 ‘스냅드래곤810’에 와이기그 통신 모듈을 결합해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와이기그 기술이 2016년께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정 내 PC, TV, 스마트폰 등을 선 없이 연결하는 방법이 한층 간편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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