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이전 금지" vs "세율 낮춰야" 정치권 해결책 분분
[ 워싱턴=장진모 기자 ] 2001년 미국 건설중장비업체 잉거솔랜드가 본사를 뉴욕에서 법인세가 없는 버뮤다로 옮긴다고 발표하자 미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 해리 리드(민주·네바다) 상원의원(현 원내대표)은 “잉거솔랜드는 조국을 배신한 기업”이라며 “세금 도피자에게 정부의 발주물량을 줘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그로부터 12년간 47개 기업이 세금도피 행렬에 합류했다.
7일(현지시간)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 이후 미국에서 세금 부담을 피해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은 모두 74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런 기업이 늘면서 지난 5년간 42개 기업이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등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 자료를 공개한 미 연방하원 세입세출위원회의 샌디 레빈 의원(민주·미시간)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본사 이전 행렬로 미국 경제가 수백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료장비업체 메드트로닉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경쟁사 코비디엔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메드트로닉은 코비디엔을 인수한 뒤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미국(39.1%)의 3분의 1 수준인 12.5%에 불과하다. 미 최대 약국체인 월그린의 경우 주주들이 경영진에 스위스로의 본사 이전을 압박하고 있다. 113년째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월그린은 2012년 67억달러를 주고 스위스에 있는 영국 약국체인 얼라이언스부츠의 지분 45%를 인수했다. 내년에 매수옵션을 행사해 100% 지분을 확보한 뒤 얼라이언스부츠를 통합법인으로 활용, 본사를 스위스로 이전하라는 주문이다. 스위스의 법인세율은 20%다.
미 정치권은 기업 본사 해외 이전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해결책을 놓고는 충돌하고 있다. 칼 레빈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 14명은 지난 5월 말 세금 회피와 본사 이전 목적의 M&A를 2년간 잠정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반면 공화당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세법을 고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관련뉴스